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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인터뷰] "피란수도 부산 전쟁 유산, 특이한 사례" 김기수 석당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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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 정식 등재 위해 최선 다할 터"

"유산 의미 입증 자료·실태조사 중요…국민이 가치 인정해야"

연합뉴스

김기수 석당박물관장
[동아대 제공]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은 1950년 6·25전쟁 때 1천23일 동안 서울을 대신해 임시수도였다.

현재 부산 서구에 있는 동아대 석당박물관은 당시 전국에서 피란민들이 몰려온 부산 임시수도에서 정부청사로 사용됐다.

지난 2월 석당박물관장에 취임한 김기수 관장은 "석당박물관은 '피란수도 부산'에서 핵심 시설이다"며 "피란수도 부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유네스코 유산으로 정식으로 등재가 된다면 국제기구에서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고 세계적인 인지도와 유산가치를 인정받게 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임시중앙청(현 동아대 석당박물관), 경무대(현 임시수도기념관), 국립중앙관상대(현 부산기상관측소), 미국대사관 미국공보원(현 부산근대역사관), 부산항 제1부두, 하야리아 기지(현 부산시민공원), 유엔지상군사령부(현 부경대 워커하우스), 유엔묘지(현 유엔공원) 등 8곳이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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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중앙청사 (현 동아대 석당박물관)
[부산관광공사 제공]



동아대 건축공학과 출신인 김 관장은 일본 교토공예섬유대학에서 건축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아대 건축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동아대 석당박물관장을 맡았다.

다음은 김 관장과 일문일답.

-- 박물관장 취임 소감은.

▲ 동아대 석당박물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 박물관이다.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책임감을 느낀다. 석당박물관은 '피란수도 부산'에서 핵심 시설이다. 피란수도 부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에게 친근한 박물관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석당박물관은 어떤 곳인가.

▲ 동아대 석당박물관은 1959년 11월 1일 부울경지역 최초로 개관한 박물관으로 올해로 개관 60주년을 맞이한다. 1950년대 유실되고 밀반출되는 우리 문화재를 지켜야겠다는 각오로 설립자인 정재환 박사가 우리 문화재를 입수해 학교에 기증했다. 학교 구성원의 노력이 모여 국보와 보물을 가장 많이 보유하는 부산 최고 박물관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석당박물관이 개관 60주년이면서 임시수도 정부청사로 이전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 피란수도 시절 유산 8곳이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어떤 의미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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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무대(현 임시수도기념관)
[부산관광공사 제공]



▲ 피란수도 부산 유산이 국민적인 관심을 받게 되고 지원도 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만약 유네스코 유산으로 정식으로 등재가 된다면 국제기구에서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고 세계적인 인지도와 유산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시민이 자긍심을 갖고 도시 정체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현대 사회는 도시 이미지 혹은 브랜드가 경쟁력이 되기 때문에 도시 정체성 회복이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점점 잃어가는 부산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 기회가 될 것이다.

-- 유네스코 정식 등재를 위해 남은 과정은.

▲ 세계유산 잠재목록으로 등재되었지만, 아직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최근 근대 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고 있지만, 피란수도 부산 유산과 같은 전쟁 유산은 매우 특이한 사례다. 이는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 될 수 있기에 향후 유산 성격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피란수도 부산 유산 대부분은 도심 가까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존대책과 유지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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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근대역사관 전경
[부산관광공사 제공]



▲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피란 당시에 건립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사용되어 온 시설을 대부분 전용해 사용한 것이다. 따라서 전쟁이 끝나면 원래 기능으로 돌아가 피란시절 역사적 사실과 별도 용도로 사용됨에 따라 그 특성을 잃어버리기 쉬운 유산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정의하는 완전성, 혹은 진정성과는 다른 관점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잃어버리기 쉬운 전쟁의 아픔과 기억을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지켜왔는가? 이는 단순히 건물 형성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유산에 남아있는 1천23일 동안 기억과 의미를 어떻게 후대에 전달하고 있느냐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 이 유산이 가진 특성과 성격규명으로 학술적인 공감대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피란수도 부산 유산이 갖는 의미를 입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료와 실태조사가 중요하다. 보존과 관리를 위한 정비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서 개발과 유적보존이라는 보완적 방법에 대한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 피란수도 관련 문화재를 비롯해 부산지역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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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시절 유엔지상군사령부(현 부경대 워커하우스)
[부산관광공사 제공]



▲ 피란수도 부산 유산을 보존하고 유지관리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미 서양 선진도시에서는 유산을 특별한 대상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가치를 부여하고 활용하는 방향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역사문화 환경보전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동시에 이를 활용해 즐길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한다.

부산도 피란수도 유산이 갖는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이들 유산이 가져다줄 수 있는 사회, 문화, 경제, 환경적 차원의 효과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더는 유산이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아니라 긍정적인 결과로 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 문화유산, 역사유산은 입장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하지만, 상대에게는 치욕적인 유산도 많이 있다.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국민이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유산으로서 의미는 없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 주민이 이 가치를 이해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때 세계유산으로 등재도 가능하다. 부산시민과 함께 피란수도 부산 유산들이 갖는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 임시수도 정부청사였던 석당박물관도 함께 이러한 활동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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