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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바이든 사퇴] 토론 참패 후 당 내홍·재선포기 결단까지…대혼돈의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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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트럼프와 첫 토론 이후 24일만…고령 리스크 부각해 후보 교체론 촉발

거듭된 완주 의지에도 참패 우려 속 오바마·펠로시까지 나서며 결국 사퇴 가닥

연합뉴스

대선후보 첫 TV토론 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
June 27, 2024. REUTERS/Brian Snyder/File Photo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의 대선 후보 사퇴를 결정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이자 시발점은 지난달 27일 열린 첫 대선 후보 TV 토론 참패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 중도하차 결정 발표는 TV 토론 이후 24일만에 이뤄졌다. 지난 25일간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은 TV토론 참사의 충격과 대선 패배에 대한 위기감 고조 속에 대혼돈의 시간을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노쇠한 모습을 온 국민에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그동안 민주당 모두가 인식했지만 공개적으로 입 밖으로 꺼내기 조심스러워했던 고령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이 나이가 많긴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고 믿어온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토론에 큰 충격을 받았고,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무대를 내려오기 전부터 후보 교체론이 불거졌다.

토론 바로 다음 날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와 토머스 프리드먼 등 진보 성향의 언론조차 후보 사퇴를 촉구할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교체론에 즉각 선을 그었다.

토론 다음 주말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모인 질 바이든 여사를 비롯한 바이든의 가족은 후보 사퇴는 없으며 대선 레이스를 계속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안 그래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하는 입장에서 토론 이후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랐고 후보 교체론도 잠잠해질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2일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을 시작으로 지난 6일까지 총 5명의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참패는 "좋지 않은 저녁", "실수"였다고 해명하면서 유세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논란을 불식하려고 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말실수하고 라디오 인터뷰 질문을 사전에 조율한 사실이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후보 교체 요구를 사실상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이제는 그만해야 할 때"라면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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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펠로시 전 하원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를 통해 당내 '반란'은 잠시 진압되는 듯 했으나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을 후보로 둬서는 대선뿐만 아니라 상원과 하원 선거마저 참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

지난 10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우군'인 여전히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원로 인사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린 일"이라면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재점화했다.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금에 앞장서 온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도 NYT 기고에서 "우리는 하원도 이기지 못하고, 상원도 뺏길 것"이라며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민주당의 내홍이 격화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주최했고, 러시아를 상대로 동맹을 결집하는 강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해 논란을 끝내고자 했다.

그는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사퇴 논란을 둘러싼 기자들의 집중 질문에도 자신이 트럼프를 이길 최적임자라고 강조하면서 '이길 방법이 없지 않은 한' 사퇴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민주당 안팎의 사퇴 요구는 계속됐고 그 강도는 갈수록 세졌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당내 우려를 전달했고,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큰손' 역할을 했던 지지자들이 후보 교체를 요구하며 후원을 보류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옥죈 사퇴 요구는 지난 13일 정치권을 뒤흔든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 이후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암살 시도를 딛고 더 등등해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에 민주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졌고 물밑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중단을 설득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됐다. 유세장 피격 당시 성조기 아래에서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강한' 모습을 보여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율 격차를 벌리며 대세론을 굳혀갔고 바이든 대통령의 노쇠한 모습이 더 대비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총격이 일어난 주말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연임 도전을 끝내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도됐다.

엎친 데 덮친 격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 코로나19에 걸려 트럼프 총격 이후 재개한 유세를 하루 만에 중단하고 자가 격리하는 신세가 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민주당 상·하원 의원은 지난 19일 기준 전체 민주당 의원의 12%가 넘는 35명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바이든 선거대책위원회는 바이든 대통령이 내주 유세를 재개하는 등 완주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지난 19일 밝혔지만,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조만간 후보 사퇴를 결심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미국을 방문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오는 23일 잡혀있어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더라도 그 이후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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