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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여당의 금기 깼다…'채상병 특검법' 꺼낸 한동훈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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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1년 6월 11일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신임 최고위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이 대표는 당심에서 경쟁 후보에 졌지만 민심에서 앞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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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채 상병 특검법 추진 카드를 꺼냈을까. 여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갖는 의문이다. 그간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여권 주류의 입장이었는데, 한 전 위원장이 이를 모를 리 없기도 하다.

채 상병 특검법은 여권의 금기에 가깝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윤 대통령을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축소 외압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윤 대통령을 겨눈 특검이라 보고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반대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24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의 (선수사 후특검) 논리는 법적으로 타당하다”면서도 “국민에게 사안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실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하게 법적 논리를 가지고 안 된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전당대회 출마 선언 때 밝혔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의 근거로 한 전 위원장은 민심을 강조했다. “지금의 민심을 고려하면, 우리가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고 지키는 길”이란 논리다. 한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엔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대신,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식의 역제안에 나섰다.

한 전 위원장 측은 “채 상병 사건에 대해선 그간 야권에 끌려온 측면이 있었다”면서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역제안을 통해 여당이 이슈에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탄핵 트라우마'를 가진 보수층의 역린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된다. 당장 경쟁 주자들은 “순진한 생각”(나경원), “내부 싸움만 붙인 꼴”(원희룡), “한동훈 특검법도 받을 것이냐”(윤상현)라며 협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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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위원장이 이런 리스크를 안고서 특검 카드를 던진 것에 대해 당 일각에선 ‘당원투표 80%, 일반여론조사 20%’로 바뀐 당 대표 선출 규칙에 따른 전략적 접근이란 시각도 있다.

당심에서 앞선다는 한 전 위원장이 민심에서도 우위를 점해 조기 대세론을 형성하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당심에서 다른 경쟁자에 확연한 우위를 보이지만, 일반 여론조사에선 유승민 전 의원과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다퉜다.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위원장에게는 민심이 상대적 약점인 셈인데, 당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여론조사(민심)는 무시 못 할 힘을 가진다. 2021년 전당대회 땐 2개 업체에서 각 2000명씩을 조사한 뒤 이를 합산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이 80만명이라고 가정하면, 4000명 조사 결과는 당원 20만명(20%)분에 해당한다.

이번 전당대회의 여론조사 방식 및 표본 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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