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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10점 만점에 11점"…英 독설 심사위원 놀래킨 '3분 태권 무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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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2일 전북 전주대에서 전주대 태권도학과 내 태권도 시범단 '싸울아비' 시범단원들과 이숙경 교수(아랫줄 왼쪽), 정진호 코치를 만났다.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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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한국을 대표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해내려면 수년은 걸릴 재능과 노력을 3분간의 무대로 증명했어요. 10점 만점을 넘어 11점 드립니다.” "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 방영된 영국 ITV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BGT)에서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은 한국에서 온 젊은 태권도 시범단원들을 이렇게 평가했다. ‘독설 심사’로 유명한 그의 입에서 칭찬이 나온 순간, MC들은 준결승 생방송으로 직행할 수 있는 골든 버저를 눌렀다. BGT는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인 폴 포츠를 배출한 영국 최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우승자는 상금 25만 파운드(약 4억 4000만원)와 영국 왕실 앞에서 공연할 기회를 갖는다.

이변을 일으킨 주인공은 2002~2006년생 전주대 태권도학과 학생 17명이 모인 태권도 시범단 ‘싸울아비’ 팀이다.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이 미국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참가해 골든 버저를 받은 적 있었지만, 단일 대학 태권도 시범단이 골든 버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BGT 결승 무대에서 10위의 성적을 거뒀다.

최근 귀국한 시범단원 중 김재민(22)·나성우(22)·정미주(22)·김지훈(21)·주찬우(21)·최영환(21)씨 등 6명과 이숙경 전주대 태권도학과 교수(학과장), 정진호(29) 시범단 코치를 지난 12일 전주대에서 만났다. 도복을 갖춰 입고 나온 시범단원들은 20대 초반 앳된 청년으로 보였지만, 모두 태권도 경력 10년 이상 공인 4단 실력자였다.

코로나 시기에 대학에 입학한 이들에게 이번 BGT 무대는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첫 해외 경험”이었다. BGT에 나갈 인원을 선발하는 과정부터 치열했다. 전체 56명 시범단원 중 실력과 성실함을 기준으로 정예 멤버 17명을 선발했다. 정미주씨는 “주제부터 노래, 효과음, 동선 등 무대 전반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학생들이 직접 짰다”며 공연에 애착을 드러냈다. 최영환씨는 “시범 훈련에만 매진하기 위해 다른 동아리 활동을 포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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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딱딱 맞는 군무의 비결에 대해 물었더니 “연습만이 살 길”이란 답이 돌아왔다. 정진호 코치는 “BGT 무대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주말도 없이 매일 6시간씩 맹훈련했다”며 “국내 시범단 중에 우리보다 더 많이 연습하는 팀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나성우씨는 “연습을 실전처럼 100% 몰입하는 대신 실전은 연습처럼 차분하게 임하려 한다”며 “무대 전엔 우리끼리 모여 연습한 만큼만 보여주자며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숙경 지도교수는 “결승 진출은 아무도 예상 못 했다”며 “타 시범단은 기술 표현에만 주력하지만, 우리는 스토리를 통해 고난도 격파, 창작 품새, 겨루기 등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에서 선보인 세 번의 무대에는 태권도 정신과 맞닿은 메시지를 담았다”며 “가령 준결승의 테마 ‘불’은 두려움과 고통을 뜻하는데, 화마와 싸워 이겨내는 스토리를 통해 실패에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는 의미를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결승 무대까지 가는 길은 다사다난했다. 시범단원 중 한 명이 공중 부양 후 착지 과정에서 정강이뼈 골절 부상을 입었고, 방송사 측이 태권도 시범단을 일본 국적으로 소개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부상자를 대신해 생방송 무대에 오른 주찬우씨는 “연습할 때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동작이었지만, 이제껏 연습에 쏟은 시간을 믿고 우리 팀원들을 믿었다”며 “무대에만 집중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오는 8월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 ‘애든버러 페스티벌’에서 태권도 시범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다. 김재민씨는 “해외 곳곳을 누비며 전 세계에 태권도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BGT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죠. 우리는 또 다른 한계에 도전할 겁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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