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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임의진의 시골편지]나이롱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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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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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강연을 하는데 한 젊은이가 “체중조절 좀 하고 오께요” 한다. 알아듣지 못해 무슨 소리냐 물으니 화장실 가보겠단 소리래. 나이가 먹은 것도 서러운데 위트 있는 말을 꿀꺽 알아먹지 못하고 감도 매우 물러졌다. 어르신들이 인생의 후회를 보통 3가지 들던데, 좀 더 참을 걸 버럭 화부터 낸 점, 좀 더 베풀 걸 옹졸했던 심보, 좀 더 즐길 걸 일벌레로 지나온 세월이 그것이다. 여기에 보탤 게 수도 없이 많은데, 공부할 때 할 걸 기회를 놓친 일, 유머를 장착하여 웃고 살 걸 마냥 진지충, 고약한 성질머리와 안하무인으로 악명을 떨치는 자들이 장수도 하니 적어도 이 땅은 하느님이 부재한 요지경 세상이렷다.

둘러보니 우리 동네 여러 곳 난데없이 펜션이라 써 붙인 건물들이 보인다. 펜션(Pension)이란 말의 어원은 은퇴 후 받는 ‘연금’이라덩만. 유럽의 변두리 산골짝 노인 중에 제집을 고쳐 민박사업을 시작. 며칠 묵으러 온 손님과 말동무를 삼으며 여생을 보내는 방법이 펜션 숙박업이다. 이도 저도 사람이 밉고 싫으면 국립호텔 교도소가 기다린다. 그런 ‘폭망각’으로 인생을 마무리하지는 맙시다들~. 또 늙어서 가게 되는 요양병원은 놀러 가는 펜션이 아니렷다. 이름만으로도 춥고 외롭고 충분히 서럽지. 쭉쭉 늘어나며 눈속임을 하는 ‘나이롱환자’도 젊었을 적 얘기. 노약자란 ‘노련하고 약삭빠른’ 사람이라지만, 팔다리 쑤시고 뱅뱅 어지럼증에 시달리면 오리지널 노약자가 된다. “점심은 잘 드셨나요?” 묻자 “나이만 많이 묵었네” 처절한 대답이 돌아와. 나도 엊그제 병문안 간 김에 서둘러서 살살 아픈 곳 진찰을 받았다. 이러다가 내가 문병을 받을 신세가 되면 어쩐다지 잔뜩 쫄았다. 그래도 의사 선생이 대학병원에 가보란 소린 안 해 안심하고 귀가. 담배 태우는 나이롱환자처럼 싱글벙글 궁둥이를 흔들며 ‘토꼈다’. 병원은 가까워야 좋지만 멀면 또 멀어서 감사해라. ‘입원’ 말고 ‘이번’엔 진짜 좋은 시간 가져야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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