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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삼성 겨우 ‘50%’ 찍었는데 SK는 ‘80%’? HBM 수율 진실은 [김민지의 칩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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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인터뷰서 “HBM3E 수율 80% 근접”

80% 수치 놓고 업계 기술 평가 분분

공급 안정화 자신감으로 해석 의견도



헤럴드경제

SK하이닉스 수율담당 임원이 HBM3E 수율이 80%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SK하이닉스 HBM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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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Chip)만사(萬事)’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최신 HBM3E 칩의 목표 수율인 80%에 거의 도달했다.”(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담당)

SK하이닉스의 한 임원이 미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가 반도체 업계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영업기밀에 가까운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율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놀라운데, 80%라는 수치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HBM 시장에서 확연히 앞서나가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당당히 밝힌 수율에 대한 평가를 오늘 칩만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HBM 수율 통상 60% 이하인데 SK는 80%?22일 업계에 따르면,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담당은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최신 HBM3E 칩의 목표 수율인 80%에 거의 도달했다”며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50%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AI 시대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수율을 높이는 것인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율은 한 장의 웨이퍼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 칩 대비 양품(정상 제품)의 개수를 나타냅니다. 수율이 100%라면 한 장의 웨이퍼에서 양산된 모든 칩이 정상 제품이라는 의미죠. 수율이 높을수록 생산능력이 높다는 의미고, 수익성도 좋기 때문에 핵심 경쟁력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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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3E 제품[SK하이닉스 제공]


수율은 사실상 가장 중요한 영업기밀에 해당됩니다. SK하이닉스가 HBM 수율을 이례적으로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HBM 수율은 통상 50~60%로 알려져 있습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극대화한 제품입니다. D램들을 TSV(실리콘관통전극)으로 연결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수율이 90%에 달하는 일반 D램 보다 공정 난이도가 높아 수율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적으로 가능”, “양품 D램 기준일 것”때문에 SK하이닉스의 80% 수율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의견과 함께, 계산 방식을 다르게 한 결과라거나 경쟁 과열로 인한 무리수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황철성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는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달리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채택하고 있어서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MR-MUF(매스리플로몰디드언더필) 기술은 칩에 열을 가한 뒤 칩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해 굳히는 기술입니다. SK하이닉스는 자사가 개발한 독자 기술인 ‘어드밴스드 MR-MUF’가 MR-MUF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신규 보호재를 적용해 방열 특성을 10% 개선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칩과 칩 사이에 얇은 비전도성 필름을 넣어 열로 압착하는 TC-NCF(비전도성 접착필름)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TC-NCF 방식이 단수가 높은 제품에서 수율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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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고대역폭 메모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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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수율 80%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분야 전문가는 “HBM 수율이 80%라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경쟁이 과해지면서 나온 무리수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율 계산 방식을 다르게 적용하면 80%도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미 정상 제품으로 판별된 양품의 D램을 HBM 베이스 다이에 쌓는다고 가정했을 때 80% 수율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HBM에 들어가는 D램 각각의 수율부터 계산하지 않고, 양품 D램 여러 개를 쌓았을 경우의 수율을 계산하면 80%도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김 단장은 이어 “이례적으로 수율을 공개한 건 그만큼 HBM3E의 안정적 양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봤습니다. 삼성전자보다 확연히 수율 면에서 앞서나가고 있고,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 수율을 40~50%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엔비디아에 납품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퀄 테스트가 지연되고 있다며 품질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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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3E D램.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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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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