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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끝 안보이는 의대생 수업거부… 내년 ‘7500명 수업’ 사태오나 [오늘의 정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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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한 지 3달이 지났다. 정부는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대학과 대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학생들을 설득하겠다고 나섰지만, 의대생들은 정부와의 소통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사태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일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대 사태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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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째 수업 거부…의대 수업 파행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의대생들은 지난 2월19일부터 정부 방침에 반발해 휴학하겠다며 공식적으로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통상 대학 수업은 3월에 개강하지만, 의대는 2월부터 수업이 시작되는 곳이 많다. 대학들은 수업을 잠정 중단하거나 개강을 미루며 학생들을 기다렸으나 별다른 진전 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지난달부터 하나둘씩 수업을 재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40개 의대 중 37곳에서 수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수업은 대부분 온라인 강의다. 각 대학은 학생이 정해진 기한 안에 동영상 강의를 다운로드하면 출석으로 인정하는 식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실습 등 대면 강의를 진행하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업 파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이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것은 학생들의 유급을 막기 위해서다.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받는데, 의대생들은 한 과목이라도 F를 받으면 유급될 수 있다. 일부 대학은 의대생들에게 대면 실습수업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했으나, 학생 대부분이 수업에 나오지 않자 결국 대면 수업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면 수업을 시작하고 출석을 제대로 집계하기 시작하면 수업을 거부 중인 학생들은 F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유급 우려 때문에 대면 수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대생들은 휴학을 승인해달라는 입장이지만, 교육부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기 위한 휴학은 휴학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휴학을 승인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정원 감축, 학생 모집정지 등 행정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학교에서 마음대로 휴학을 승인할 수 없는 셈이다.

◆교육부 “7500명 동시 수업 사태 막아야”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 목표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수업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의대생들은 증원에 반대하며 수업 거부를 시작한 것인데, 이미 증원은 철회할 수 없게 된 만큼 수업 거부를 이어갈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수업 거부가 계속될 경우 올해 유급된 학생 3000여명과 내년에 입학한 학생 4500여명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 거부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올해 신입생(예과 1학년)이 받을 수 있다. 예과 1학년이 유급되면 내년에는 7500명이 1학년 수업을 듣게 되고, 이들은 향후 인턴·레지던트 입직시에도 다른 학년보다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며 “특정 학년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선배들이 결정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집단 유급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의대생들이 결단을 내려달라는 것이지만, 의대생들은 ‘증원 원점 재검토’ 없이는 수업에 복귀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열린 마음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전날 의대 학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에 공개적인 만남을 제안했으나 의대협은 “요구안 수용이 먼저”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부총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장관과 실·국장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주면 많은 오해가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의대협은 증원 정책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고, 교육부는 “이미 증원 절차는 돌이킬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은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 부총리는 지난 3월에도 의대협에 만남을 공개 제안했으나 의대협으로부터 답을 듣지 못했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대학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각 대학에 의대생 유급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면서 대학들은 유급 미적용 특례 검토, 계절학기 이수 확대 등의 대책을 마련했으나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대학 관계자는 “지금 교육부는 유급도, 휴학도 안 되니 학생들을 돌아오게 하라는 건데 대학에선 기다리는 것 외에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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