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초임 교사의 죽음…경찰, 학교·학부모 모두 “혐의없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정부서, 호원초 순직 교사 수사결과 발표

학부모 3명·학교 관계자 5명 모두 불송치

경기도교육청 “이의신청 등 법률 검토 중”

다른 교사는 ‘공무상 재해’ 여부 소송 중

2021년 경기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교사 2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단순 추락사로 처리됐던 젊은 두 교사의 죽음은 2023년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진상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두 교사 모두 사망 직전까지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학교측의 책임 회피에 괴로워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진상 조사를 통해 A교사는 순직이 인정됐지만, B교사의 순직은 인정되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9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같은 달 유가족들도 학부모 3명을 고소했다.

경찰은 8개월간의 수사를 벌인 뒤 학교와 학부모 모두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도교육청은 경찰의 결정에 이의신청 등 법률 대응 검토에 나섰다.

경향신문

지난해 경기 의정부시의 호원초등학교 정문 주변에 고인이 된 교사를 추모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22일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된 학부모 3명을 수사한 결과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어 불송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같은 시기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소된 전·현직 교장을 포함한 학교관계자 5명에 대해서도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그동안 A교사의 자살 배경 등을 규명하기 위해 고인의 가족, 동료교사, 학부모 등 21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또 고인과 학부모 휴대전화에 대해 포렌식 수사를 진행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과 학부모 사이에 오간 통화나 및 문자 수백 건을 분석한 결과 학부모 등의 협박, 강요 같은 정황이나 범죄혐의를 인정할 만한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교사는 2016년 이 학교에 초임 교사(당시 25세)로 부임했다. 부임 첫해 수업 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등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일로 다친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반복적인 연락을 받았다. 학교안전공제회가 두 차례의 치료비를 지급했지만 A교사는 사비를 들여 8개월 동안 50만원씩 400만원을 학부모에게 치료비로 제공했다. 해당 학부모는 “협박과 강요는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8월 합동대응반을 구성해 이 교사의 사망 관련 사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 교사는 3명의 학부모로부터 교권침해를 받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그해 10월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를 열어 A교사의 순직을 인정했다.

그는 ‘아이들은 평범한데 제가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아요 하루하루가 힘들었어요. 죄송해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겼다.

B교사는 2017년(당시 23세) 이 학교에서 첫 교단에 섰다. 3학년 담임으로 근무를 시작한 B교사는 반 학생들의 폭력과 따돌림 문제, 학부모 민원 등에 시달렸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학교 측이 학기 중이라는 이유로 반려했다. 학교 측은 이후 음악전담 교사로 인사 발령을 했다가 1년 만에 다시 담임교사로 발령을 냈다.

유죽들은 B교사가 학부모들과 통화할 때 손발을 떠는 등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2017년과 2019년에는 두 달씩 병가를 내기도 했다. B교사는 2021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명백한 공무상 재해라며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교육 현장에서 이 사건을 주목하는 선생님들을 생각할 때 경찰의 결정이 매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유가족의 향후 입장을 존중하면서 기관 차원의 추가적인 대응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윤 대통령의 마음 속 키워드는? 퀴즈로 맞혀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