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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대통령실도 알면서”···잇단 정책 번복·모르쇠에 공직 사회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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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방침 철회를 밝히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5.19.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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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접구매(직구) 제품에 대한 안전 인증 의무화 정책 번복, 대폭 삭감했던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전면 폐지 등 정책 혼선과 급선회가 잇따르면서 공직사회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부처간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대통령실이 문제가 터지면 사후 질책과 일선 부처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데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 직구 안전 인증 의무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일부 부처는 발표 당일에야 내용을 인지하는 등 추진 과정상의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2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해외직구 종합대책 TF에 참여했던 일부 경제부처들은 해외 직구 국가인증 통합마크(KC) 인증 의무화 방침을 정책 발표 당일에서야 파악했다. 국민 여론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을 넘어, 정부 부처 간에도 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셈이다. 정부 부처 한 관계자는 “TF 내에서도 분과별로 나뉘어 논의를 진행해 KC 인증 의무화 정책은 당일에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 등 14곳이 참여하는 대규모 TF를 꾸려 해외 직구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

해외 직구 규제를 두고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이 “TF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것에 대해서도 무책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다른 부처 한 관계자는 “TF에 참여하지 않아도 국무총리 주재 회의 사안에 대해서는 당연히 대통령실도 관련 내용을 파악한다”며 “만약 보고 받지 못했다면 이는 정책 조정 기능에 균열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20일 재발 방지를 위해 “주요 민생정책에 대한 사전 점검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반복되는 정책 혼선을 막기 위해 즉흥적인 정책 추진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연구비 카르텔’을 지적하며 R&D 예산을 일괄 삭감했지만, 지난 1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성장의 토대인 R&D 예타를 전면 폐지하고, 투자 규모를 대폭 확충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구체적인 논의 없이 예타부터 폐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관행도 고쳐야 할 과제로 꼽힌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인사권을 지렛대 삼아 공직 사회를 압박해왔다. 지난해 5월에 취임 1주년을 앞두고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서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를 하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산업부 차관과 장관을 잇달아 교체하기도 했다.

총선 직후인 지난달 22일부터는 3주간 총리실 주도로 공직 기강 특별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관가에선 “총선 결과와 연계된 조치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정부 부처가 밀집한 세종은 4월 총선에서 충청권에선 유일하게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29.88%)가 조국혁신당(30.93%)보다 낮은 비례대표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부청사가 위치한 세종갑 지역구에선 야권인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가 당선됐다.

무리한 정책 추진에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까지 맞물리면서 최근 공직을 떠나는 규모는 늘고 있다. 특히 고위 관료의 ‘대기업행’ 사례는 빈번해지고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의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산 5조원 규모 이상 대기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산업부 공무원만 9명이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경제부처 관료들도 공직을 떠나 대기업으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직 경제부처 한 관료는 “공무원에게 줄을 서는 것을 강요할수록 공직을 피하는 현상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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