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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단독] 1월 북한 내부 문건에 “3대 위인 초상화정성사업”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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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군에 하달된 북한 내부 문건에 ‘3대 위인 초상화 정성사업’이란 문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김일성-김정일과 함께 3대 위인으로 지칭해 우상화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일보가 대북소식통을 통해 최근 입수한 북한 내부 문건에는 ‘3대위인 초상화정성사업’이란 문구가 등장한다. 그간 북한에서는 ‘백두혈통 3대위인‘이란 말이 없지는 않았다. 이때 3대위인이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김일성의 부인이자 김정일의 어머니, 동시에 여성 항일혁명 투사이기도 한 김정숙을 가리켰다. 김정숙은 북한 내에서 ‘초상화’를 만들어 걸지는 않기 때문에 ‘3대위인 초상화정성사업’이란 말은 의아한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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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가 입수한 2024년 1월 북한 군 내부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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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의 북한용어사전에 따르면, ‘정성작업’이란 ‘온갖 정성을 다하여 존귀한 물건이나 대상을 손질하고 가꾸는 일’, ‘정성함’이란 ‘정성작업을 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넣어 두는 함’이라고 정의된다.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에 김정은 초상화까지 추가해 ‘3대 위인 초상화’로 한 데 묶어 관리하는 체계적인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2일 새로 지은 당 중앙간부학교 건물 안팎에 김일성-김정일과 함께 김정은 초상화까지 3대가 나란히 걸린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특히 이 초상화는 지난달 17일쯤 공개된 김정은 찬양 선전가요 ‘친근한 어버이’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김정은 초상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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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공개된 김정은 찬양 선전가요 ‘친근한 어버이’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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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1월 군에서 김정은 초상화 관련 사업을 먼저 진행했고 4월 선전가요가 만들어져 북한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고 친근한 방식으로 노출시키려 했으며, 5월 새로운 당 중앙간부학교 건립과 함께 당까지 초상화 사업을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당 중앙간부학교는 교육기관이라는 점과 최근 마르크스, 레닌 초상화까지 걸어둔 곳인 만큼 권력승계와 우상화를 점진적,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북한 체제 특성상으로도 당 관련 기관이나 장소 중 먼저 초상화를 걸기에도 적합한 장소로 여겨졌을 수 있다. 북한은 1960∼70년대 북한 김일성 체제가 소련, 중국의 공산주의를 교조주의, 수정주의라고 비난하면서 독자적인 주체사상을 내세웠기 때문에 마르크스, 레닌 초상화가 걸린 광경은 지극히 이례적이어서 눈길을 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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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이 지난 21일 진행됐다"면서 "김정은 동지께서는 준공식에 참가하시고 준공테이프를 끊었다"라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이날 준공식에서 '창당 이념과 정신에 충실한 새시대 당간부들을 키워내라'를 주제로 기념 연설을 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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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22일자에 실린 사진에 레닌 초상화가 노출돼 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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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초상이 김일성 초상 옆에 나란히 걸리기 시작한 것도 김정일 생전에 우상화 작업을 하면서부터였으며 군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김정일로의 권력승계 시기에 김정일 초상화도 군에서 먼저 걸리기 시작했다”며 “1월 8일 김정은의 40번째 생일을 계기로 초상화를 걸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빨강 노동당 깃발 앞으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들어있는 배지인 ‘초상휘장’ 디자인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 김정은 초상화 게재와 관련해 “오늘 북한 보도에서 김씨 3대 사진이 나란히 게재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며, 최초 사례인지는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과 선대 사진을 나란히 게재한 것은 최근 김정은 혁명사상 등 사상지도자로서의 위상 과시의 일환으로 보이며, 향후 김정은의 독자적 우상화 흐름에 유의해 북한의 동향을 계속 주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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