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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끝까지 취재진 피해 ‘도둑 출석’… 사라진 블박 SD카드 ‘스모킹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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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시인 김호중 뒤늦게 경찰 출석

음주운전·조직적 은폐 정황 수사

金 탔던 차량 3대 SD카드 사라져

증거인멸 정황… 구속영장 가능성

“취재진 부담”… 조사 마친 뒤에도

5시간 넘게 경찰서 안에서 대기

23∼24일 공연 예정대로 출연 강행

취소 수수료 소속사 전액 부담 예정

음주 뺑소니 교통사고를 낸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이 21일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취재진을 피해 지하 주차장으로 경찰서에 들어간 김씨는 조사가 끝난 뒤에도 “취재진이 부담스럽다”며 5시간 넘게 나타나지 않았다. 김씨가 혐의를 인정하긴 했지만, 사고 직후 증거 인멸과 음주 정황이 드러난 만큼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일보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후 귀가하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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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았다. 김씨가 변호인을 통해 “수일 내로 경찰에 자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김씨는 취재진이 모여 있는 강남경찰서 정문 대신 차량을 이용해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김씨를 보호하기 위해 취재진을 밀치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에게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라며 “평소 피의자가 이용하는 동선으로 조사를 받으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씨의 ‘도둑 출석’ 논란이 일자,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출석 과정에서 포토라인에 서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오후 5시쯤 모든 조사를 마친 뒤에도 “취재진이 밖에 너무 많아 나갈 수 없다”며 5시간 넘게 경찰서 안에서 대기했다.

한편 김씨에 대한 수사는 당초 음주 뺑소니에서 사고 직후 소속사 관계자들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는지 여부로 확대됐다. 김씨 매니저의 허위 자수를 시작으로 김씨가 사고 직후 호텔에 체류하다가 경찰 조사를 17시간이 지나서야 받은 점 등이 주요 의혹이다. 사고 당일 김씨가 탔던 차량 3대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SD카드)는 모두 사라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카드에는 사고 당시 김씨의 음주 정황은 물론 소속사 관계자들과의 대화 내용 등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아 김씨의 행적을 입증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힌다.

세계일보

비난 무서워… 무대엔 어떻게 서나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이 음주운전과 뺑소니 등의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의 경찰 출석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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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씨의 자택과 소속사 관계자의 자택 등지에서 압수수색을 한 경찰은 전날에도 김씨 소속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추가로 진행했다. 김씨가 음주 혐의를 인정하긴 했지만, 사고 17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 조사를 받은 만큼 당일 행적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씨가 음주 뺑소니 사실을 시인했지만, 메모리카드가 사라지는 등 증거 인멸 시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수사 협조 여부와 증거 인멸 우려가 (신병 확보에)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음주 운전 사실을) 시인한 내용도 있고, 그것을 토대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 조사에 응한 김씨는 첫 진술에서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낮부터 세 차례 술을 마신 정황이 드러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뺑소니 전 음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자 김씨는 결국 ‘음주 뺑소니’ 혐의를 인정했다.

세계일보

이날 김씨는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피해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비공개로 경찰 조사에 출석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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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에도 김씨는 23·24일 서울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슈퍼 클래식’)에 출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속사는 “‘슈퍼 클래식’ 공연은 예정대로 김호중이 출연한다”며 “다만 다음 달에 예정된 단독 콘서트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에 대해서는 현재 정리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대신 김씨는 출연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티켓 취소 수수료 또한 김씨 소속사 측이 전액 부담할 예정이다. 공연의 티켓 예매처인 멜론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슈퍼 클래식의 예매 티켓 환불 수수료를 면제하고 이미 예매를 취소한 관객에게는 수수료 전액을 돌려준다’고 공지했다.

팬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이날 오후부터 김씨의 팬클럽 아리스가 예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VIP석을 제외하고 R석부터 다수의 잔여석이 확인되고 있다.

이예림·이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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