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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HBM 주도권 탈환 노리는 삼성, 반도체 리더십 교체로 쇄신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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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적자에 HBM 실기 겹쳐 위기감 확대…경쟁력 강화 속도 낼듯

연합뉴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아람 기자 =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주도권을 놓친 삼성전자가 21일 반도체 사업부 수장 교체를 신호탄으로 대대적인 쇄신에 나설지 주목된다.

전격적으로 단행된 이날 '원포인트 인사'는 미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자,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 감산 결정 늦고 HBM 선점 실패…인텔에 매출 1위도 내줘

삼성전자는 이날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1년 12월부터 DS부문장으로서 3년 5개월간 삼성전자 반도체를 이끌어온 경계현 사장은 전 부회장이 맡던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갑작스럽게 이뤄진 이번 인사를 두고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위기감이 그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전방 IT 수요 부진이 불러온 반도체 업황 둔화와 맞물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특히 2022년 하반기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자 업계는 잇따라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감산에 들어갔으나, 삼성전자는 유독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도체 불황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지자 삼성전자는 2023년 1분기에 메모리 감산에 동참했으나 전략적 판단이 늦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요 침체로 재고를 해소하지 못해 재고자산 평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업계의 '치킨게임'을 유도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폭증하는 고성능 D램인 HBM 주도권을 놓친 점도 뼈아픈 실기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 1위지만, HBM 시장 주도권은 10년 전부터 HBM에 적극적으로 '베팅'해온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 기준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로 다소 격차가 있는 편이다.

SK하이닉스는 AI 연산작업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다. 지난 3월에는 5세대 HBM인 HBM3E(8단)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줬을 뿐 아니라 작년에는 인텔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도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와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로, TSMC(61.2%)와의 점유율 격차는 직전 분기 45.5%포인트에서 49.9%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 DS부문 부회장 조직으로 격상…사업·투자에 힘 실릴듯

감산 효과와 업황 회복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은 2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며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대내외 위기감이 커지면서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달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일부 부서에서만 하던 임원의 주 6일 근무체제가 확대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부회장은 LG반도체 출신으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했다. 이후 D램·낸드플래시 개발과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2017년에 메모리사업부장을 지냈다.

이어 5년간 삼성SDI 대표이사를 맡았고, 작년 말부터 미래사업기획단을 이끌며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써왔다.

전 부회장이 '돌아온 올드보이'여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온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DS부문을 이끌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삼성전자 안팎에서 나온다.

또 이번 인사로 DS부문이 사장 조직에서 부회장 조직으로 격상돼 사업과 투자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리더십 교체로 쇄신을 도모한 삼성전자는 기술력과 물량을 내세워 HBM 등 차세대 반도체 주도권 탈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HBM3에서 주도권을 놓친 대신 HBM3E 이후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당장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올해 2분기에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의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실물 전시된 HBM3E 12단 제품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고 적으며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또 같은 달 메모리 처리량을 8분의 1로 줄이고 8배의 파워 효율을 갖게하는 것을 목표로 한 대규모언어모델(LLM)용 AI 칩 '마하-1'을 개발, 연말부터 양산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AI용 고용량 스토리지 서버 수요가 늘면서 증가하는 고성능 낸드플래시 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업계 최초로 1Tb(테라비트) TLC(Triple Level Cell)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QLC(Quad Level Cell) 기반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반도체 지휘봉을 내려놓는 경계현 사장은 지난달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AI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다"면서도 "2라운드는 승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장 교체에 이은 후속 인사는 검토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추후 반도체 위기 극복 방안 및 미래 전략을 성안해 나가는 과정에서 후속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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