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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취재수첩] '홍콩 ELS' 사태에 대응하는 농협은행의 자세… 요행에 기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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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홍콩 H지수가 연중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홍콩 H지수는 최근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홍콩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지수인데, 지난 20일 기준 연저점 대비 40%가량 상승하며 7000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홍콩H지수의 반등은 국내 은행들이 이 지수와 연계해 판매한 ELS 상품의 손실을 줄이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엔, 5월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 상품 가입자들은 잘하면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미 만기가 도래해 원금 손실이 확정돼버린 피해 고객들에겐 딱히 상관이 있거나, 오히려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홍콩 ELS 관련 대규모 손실 배상을 준비하고 있던 은행들 입장에선 해당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곳 중 하나가 바로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1분기 실적에 반영한 홍콩 ELS 관련 충당부채규모만 3416억원으로 주요 은행 중 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는데, 이러한 영향으로 이번 당기순이익 감소율이 5대 은행 중 가장 두드러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홍콩H지수의 반등으로 반전이 생겼다.

올 하반기 예상 손실액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농협은행의 충당부채 '환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환입'이란 충당부채로 손실처리했던 돈을, 이후 상황이 호전되면서 다시 특별이익으로 실적에 반영시키는 것이다. 향후 '환입' 규모만큼 농협금융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홍콩 ELS 조치와 관련해 'ELS 상품 판매 중단', '자율배상 가이드라인 수용' 등 금융당국의 시책에는 가장 적극적인 액션(?)을 보여 금융계 일각에선 '관치 금융의 선두주자'라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에 발표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결과, 농협은행의 자율배상비율은 65%로 5개 은행중 가장 높게 책정 돼 또 다시 주목을 끌었다. 최저 수준인 하나은행의 30%와 비교해 무려 35% 많게 배상비율이 높았다.

이 수치때문에 농협은행은 마치 5개 은행중 가장 높은 비율로 홍콩ELS 손실 자율배상에 나서는 은행이며, 또 가장 자율배상에 적극적인 것처럼 비춰지는 오인(착시) 효과를 얻었다.

그런데 정작 농협은행의 자율배상 실적은 5개 은행중 가장 저조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농협은행의 자율배상 실적은 놀랍게도 '0' 이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이 실제론 자율배상에 대한 의지가 약하거나 피해 고객들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기때문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참고로 이번 분조위가 발표한 5개은행 배상비율은 단지 한 가지 대표사례일 뿐, 피해 고객마다 배상비율로 다 다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은행권의 배상비율은 20~30%에 불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표면적으로 나타난 종합적인 상황만 본다면,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들 보다 홍콩 ELS 손실 배상과 관련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흘러가는 분위기와 프레임은 상대적으로 나쁘게 작용하지 않는 듯 하다.

물론 이러한 흐름을 농협은행이 미리 예측하고 계산했을리는 만무하다.

그럴 능력이 있었다면 홍콩ELS 손실과 올 1분기 대폭적인 충당부채를 쌓을일도 없었을 것이다.

현재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농업인의 이익을 대변하고 서민금융기관을 자처하는 농협은행이 홍콩 ELS 관련 '불완전판매' 대응에 스스로 진지하게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

농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 ELS 중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판매 잔액만 1조4833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에서 2번째 규모다.

농협은행은 홍콩H지수 상승 등 시류가 가져다 준 요행에 기대지 말고, 이미 손실이 확정돼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고객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배상협상에 나서야 한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가 공개한 농협은행 대표사례에서 보듯 설명의무위반, 부당권유금지위반 등 '불완전판매'는 부인할 수 없는 농협은행의 명백한 잘못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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