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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체면 구긴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DS부문 혁신 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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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와 기술 격차 강조하는 전영현 리더십 투입

대내외 반도체 사업 어려움 직면...엔비디아 고객 유치 최우선

10나노급 7세대 D램 이어 한자릿수 공정 조기 양산 착수 전망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 고객 확대 특명...퀄컴·엔비디아·AMD 목표

아주경제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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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연말 정기인사 기간이 아닌데도 반도체 사업부(DS부문)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7개월이나 일찍 반도체 사업 수장을 원포인트 인사로 교체한 배경에는 대외 반도체 위기 상황을 극복하면서 '초격차' 리더십을 다시 확보하려는 이재용 회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경 사장이 먼저 사임 의사를 표하면서 성사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좌천이나 경질은 아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 사장) 본인이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 보고도 마쳤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엔비디아 HBM(고대역폭 메모리) D램 공급 지연 등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주장을 부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 사장은 앞으로 미래사업기획단장 겸 삼성종합기술원장(SAIT)으로 회사 경영보다 연구개발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와 메모리 기술과 생산능력 격차가 컸던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생성 인공지능(AI)으로 수요가 폭증한 HBM D램 시장에선 삼성전자를 오히려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내년 HBM 생산분까지 미국 엔비디아 등에 완판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주요 임원을 미국 현지에 급파했음에도 12단 적층 HBM3E(5세대) D램 엔비디아 공급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대안으로 AMD·인텔·브로드컴 등에 HBM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엔비디아만큼 구매력이 높진 못하다.

삼성전자 자랑이었던 D램 기술력도 경쟁사와 격차가 크게 좁아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양산할 계획인데,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시기에 10나노급 6세대 D램 양산을 결정하고 관련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LPDDR(저전력) D램은 주 고객인 퀄컴·애플 등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HBM D램 생산량 확대로 생산능력 유지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은 미국 정부에서 보조금 64억 달러(약 8조7000억원)를 유치하며 3㎚(나노미터) 미만 초미세공정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 TSMC와 시장 점유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진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로 전 세계 2위다. 1위인 TSMC(61.2%)와 점유율 격차는 전 분기 45.5%포인트에서 49.9%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파운드리 매출과 영업이익 확대를 위해 퀄컴·엔비디아·AMD·테슬라·구글 등 미국 빅테크를 초미세공정 고객으로 유치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회사 내부에선 노조와 빚고 있는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숙제다. 삼성전자 5개 노조 가운데 가장 노조원 수가 많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사측이 제안한 평균 5.1%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쟁의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전삼노는 오는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에서 대규모 집회 개최를 예고하며 사측을 압박할 계획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 OPI(초과이익성과급) 0% 지급을 계기로 DS부문 직원들을 노조원으로 흡수하며 세를 크게 불린 것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전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이끌게 함으로써 산적한 위기를 정면 돌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경쟁사였던 LG반도체 출신인 전 부회장은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강점이 큰 인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입사 후 2008년 50나노급 D램 개발을 이끌고 20나노와 19나노급 D램 개발에도 기여함으로써 삼성전자가 일본 메모리 업체들을 제치고 메모리 1위 기업 신화를 쓰는 데 기여했다.

2017년부터 삼성SDI를 이끌며 배터리 분야 초격차도 달성했다. 전 부회장 결단으로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했고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앞서고 있다.

전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DS부문은 무엇보다 기술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여길 전망이다. 우선 차세대 HBM D램 개발에 가용 가능한 모든 물적·인적 자원을 투입함으로써 엔비디아 핵심 파트너로서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측된다. D램은 10나노급 7세대 D램과 한 자릿수 나노공정 D램의 조기 양산 가능성도 점쳐진다. 두 D램을 조기 양산하면 HBM D램 용량을 확대함으로써 HBM 초격차 확보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기반 초미세 공정 확대와 함께 2.5D 첨단 패키징(반도체 결합) 공정 고도화와 3D 첨단 패키징 조기 상용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이 자사 최신 반도체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양산하도록 유도함으로써 TSMC와 초미세 공정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업계에선 DS부문 후속 임원 인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 수장 교체 이후 후속 인사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추후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전략 수립과 추진 과정에서 담당자 변경 등 후속 조치가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원포인트 인사에 대해 "인사는 준감위 관여 사항이 아니다"며 "인사에 준법 위반 관련 이슈가 있다면 준감위가 관여하겠지만 이번 건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아주경제=강일용 기자 zer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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