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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김영호 “‘문 정부라면 탈북 안 했다’고 하더라” 갑자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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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전 ‘윤석열 정부 출범 두돌’을 계기로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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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통일전선부를 없애지 않고 ‘10국’으로 이름을 바꿔 유지하고 있다고 20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밝혔다. 통일전선부(통전부)는 북한의 대남 정책을 총괄해온 조선노동당 중앙위 전문부서다.



김영호 장관은 이날 오전 ‘윤석열 정부 출범 두돌’을 명분으로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55분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지난해 말 이후 2국가론을 주장하며 ‘통일 지우기’를 진행 중이고, 아직 북한이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통일전선부’ 역시 ‘노동당 중앙위 10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심리전 중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 8기9차 전원회의(2023년 12월26~30일)에서 “북남관계는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며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뒤, 통전부의 존폐 여부가 관심사였다. 북한 당국은 지난 1월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10차 회의에서 대남정책 주무부서인 내각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나 통전부 존폐 여부에 대해선 공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통전부가 ‘노동당 중앙위 10국’으로 이름을 바꿔 ‘심리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김영호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통전부의 이름을 바꾸고 일부 기능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북한의 대남전략의 기본노선, 곧 적화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전부가 ‘10국’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기존 기능에 큰 변화는 없다는 해석이다.



김 장관은 김정은 총비서의 ‘두 국가’ 노선과 관련해 “김정은의 통일과 관련한 소위 ‘선대 업적 지우기’는 사실상 ‘김일성-김정일 격하 시도’로 북한 내부에 이념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6년째 단절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남북 당국 대화 재개 여부와 관련해 김 장관은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우리에 대해 적대적 행태를 보이면서 남북관계는 교착 상태”라며 “현재로써는 남북 간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북한과 대화에 항상 열려 있다”면서도 “일관된 3디(D) 접근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과 ‘대화’을 앞세우기보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억제’해 ‘단념’시킨다는 ‘억제(Deterrence)→단념(Dissuasion)→대화(Dialogue)’ 순의 접근법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 장관은 김정은 총비서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 정상회담 실패와 관련한 ‘미국 책임’을 거론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변방에서 중심으로)과 관련한 의견을 묻자 “협상 실패 책임은 북한에 있는 게 분명하다”며 “북한의 (핵능력보다 비핵화) 의도를 믿는다고 하면 우리한테 대단히 부정적인 안보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장관은 기자들의 추가 질문이 없는데도 “지난해 동·서해안으로 어선을 타고 탈북한 두 가족 중 한 분이 ‘만약에 지금도 한국에 문재인 정부가 있다고 한다면 자신들은 탈북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문재인 전 정부의 대북정책이 과연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대단히 분명해진다”라고 말했다. 탈북민의 ‘비공개 증언’을 언론에 부러 공개하며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반북한주민’이라는 논리를 편 셈이다. 김 장관은 “2019년 11월 문재인 전 정부가 한국으로 찾아온 북한 사람을 강제로 추방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남하한 북한 어민 2명을 북으로 돌려보냈는데,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이런 정책 판단이 위헌·위법이라며 검찰 수사를 거쳐 관련자들을 기소했고 지금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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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전 ‘윤석열 정부 출범 두돌’을 계기로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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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국내외 공감대 확산”을 강조하며, 오는 24일 “통일부 장관으로는 최초로 납북 피해가 실제 발생했던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고교생 납북자 송환기원비’ 제막식 행사를 5월24일 (전라북도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과 27일 (전남 신안군) 홍도 해수욕장에서 개최할 계획”이라며 “24일 행사에는 통일부 장관과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대사, 27일 행사에는 통일부 차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유도에선 1977년 8월5일 당시 고교 1년생 김영남군이, 홍도에선 1978년 8월 당시 고교생 이민교·최승민·이명우·홍건표군 등이 납북됐다고 알려져 있다. 김영남씨는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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