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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아무도 그녀를 모른다”… 필리핀 30대 시장 ‘중국 간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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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대립하는 필리핀에서 이번에는 한 소도시 시장의 ‘중국 간첩설’이 불거졌다.

세계일보

앨리스 궈 시장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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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필리핀 북부 루손섬 밤반시의 앨리스 궈(35·여) 시장이 중국 스파이라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평범한 농촌 소도시인 밤반시의 시장으로 타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최근 시장 집무실 바로 뒤쪽의 온라인 카지노 영업소를 당국이 단속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단속 결과 이곳은 카지노 영업소로 위장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사람 수백 명을 가둬놓고 이성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같은 사기 범행을 시키는 소굴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식료품점, 창고, 수영장, 와인 저장고까지 갖췄고, 구인 광고에 속아서 강제로 감금된 채 일하게 된 직원들은 컴퓨터가 놓은 긴 흰색 테이블에서 줄지어 사기 범죄에 가담하고 있었다. 당국은 이곳에서 필리핀인 383명과 중국인 202명, 다른 외국인 73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사 결과 궈 시장은 이 업소가 있는 땅의 절반과 헬기 1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년 전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해당 토지를 팔았으며 헬기와 자동차도 오래 전에 매각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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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궈 시장의 출신 배경까지 제대로 확인되지 않으면서 진짜 국적이 중국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궈 시장은 2021년 밤반시에서 처음 유권자 등록을 했으며 이듬해 시장 선거에 나와 당선됐다. 이에 상원이 이달 초 그를 청문회에 불러들여 경력을 묻자 그는 자신이 17살이 돼서야 지역 당국에 출생신고가 등록됐다고 말했다. 또 돼지 사육 농가인 자기 집에서 홈스쿨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출신 배경이나 학력 등에 대한 추가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리사 온티베로스 상원의원은 궈 시장이 경력·배경에 대해 불투명하게 대답한다면서 그가 중국의 ‘자산’이냐고 추궁했다. 온티베로스 의원은 “앨리스 시장, 그리고 그처럼 배경이 수수께끼인 이들이 중국을 위한 자산으로서 일하고 있느냐. 필리핀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 심어졌느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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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도 지난 16일 궈 시장에 대해 “아무도 그를 모른다. 우리는 그가 어디 출신인지 궁금하며 그것이 우리가 이 사안을 이민국과 함께 조사 중인 이유”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궈 시장이 마르코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나오면서 연관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마르코스 대통령은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진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다”며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처럼 쏟아지는 의혹에도 궈 시장은 청문회 이후 말을 아끼면서 언론과의 접촉을 대체로 피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종종 소식이 올라오던 그의 페이스북은 20일 오전 돌연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 내무지방행정부(DILG)는 시장 직무 정지를 권고했다고 현지 GMA 방송이 전했다. DILG는 지난달 5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그의 불법 행위 관련 여부를 조사한 결과 심각한 불법 행위가 발견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선관위와 법무부도 궈 시장에 대해 각각 조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그의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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