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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프랑스 "올림픽 휴전" 외치면서…자국령 '피의 시위'는 못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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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오른편 남태평양에 위치한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영어명 뉴칼레도니아)의 수도 누메아에서 시작된 '피의 시위'가 갈수록 거세진다. 프랑스 당국이 투입한 보안군과 시위대 간 충돌로 최소 6명이 목숨을 잃었고, 파리 하계 올림픽(7월26일~8월11일) 성화 봉송도 취소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림픽 개최 기간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세계 모든 곳에서의 전쟁을 중단하자는 '올림픽 휴전'을 제안했지만, 정작 자국령에서의 분쟁을 해결하지 못해 무력 충돌을 촉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니투데이

[누메아=AP/뉴시스] 지난 15일(현지시각) 남태평양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누벨칼레도니) 누메아의 자동차들이 소요 사태로 불에 타 잔해로 남아 있다. 뉴칼레도니아에서 지난 13일부터 발생한 대규모 소요 사태로 카나크족 3명과 프랑스 헌병 등 지금까지 4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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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이하 현지시간) AFP통신·가디언·BBC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 13일부터 뉴칼레도니아 누메아에서 시작된 폭동으로 최소 6명이 사망했다. AFP는 "뉴칼레도니아 북부 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총격전이 벌어져 1명이 추가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앞서 당국은 이번 폭동으로 17~36세의 카나크족 원주민 3명과 경찰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소니아 라가르드 누메아 시장은 "도시 곳곳의 공공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수백 명의 경찰 지원군이 도착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누메아가 포위당하고 있다"며 현지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통금으로 야간 폭동은 다소 완화했지만 정상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당국은 폭동 진압을 위해 지난 15일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지금까지 보안군 약 1000명을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 19일에는 시위대가 장악한 도로 통제권을 되찾고자 600명 이상의 중무장한 헌병으로 구성된 보안군을 투입하는 '대규모 작전'을 시작했다. 제랄드 다르마닌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60km의 주요 도로를 (프랑스 보안군이) 완전히 통제하고 공항 운영을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당국이 투입한 보안군들이 뉴칼레도니아 폭동 시위대과 대립하고 있다. /영상=엑스(옛 트위터)

이번 폭동은 1853년 프랑스 식민지가 된 뉴칼레도니아에서 독립 지지자들이 프랑스 정부의 뉴칼레도니아 선거법 개정 추진을 반대하면서 촉발됐다. 뉴칼레도니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프랑스로부터의 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 13일 뉴칼레도니아에 거주 중인 프랑스 시민권자들에 대한 현지 지방선거 투표권 확대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1998년 체결된 누메아 협정에 따라 뉴칼레도니아 지방선거 투표는 1998년 이전에 현지에 거주했던 사람과 자녀에게만 허용됐다. 소수민족이 된 원주민 카나크족에게 더 많은 대표성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프랑스는 최근 해당 협정이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하며 뉴칼레도니아에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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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의 폭력 소요 사태로 불에 탄 물건들이 도로를 점령한 가운데 현지 주민과 관광객들이 식량을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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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친독립 성향의 카나크 원주민들 사이에선 외부에서 유입된 이들로 인구의 약 40%를 차지하는 원주민 입지가 좁아지고 친프랑스 정치인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했다. 프랑스 정부는 개헌안이 최종 통과하기 전에 뉴칼레도니아와 충분히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시위대의 움직임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누메아 국제공항 폐쇄로 관광객 등 약 3200명의 발이 묶였고, 이들은 식량 부족 문제도 겪고 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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