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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취임 2년 대통령 지지율…尹은 몇 등? [신율의 정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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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공식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5월 2일 발표된 NBS 조사(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응답률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27%였다. 5월 1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와 같은 24%였다. 전화 면접 방식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선거 직후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선거 참패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선거 결과에 여론이 ‘동조’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동조 현상은 2주 정도 지나면 사라진다. 참패한 측 지지율도 다시금 회복세로 전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른 지지율을 보면 동조 현상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갤럽 정례 조사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4월 4주부터 현재까지 계속 오름세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난다. 총선 직후 하락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전 위원장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유독 대통령 지지율만 요지부동이다.

이뿐 아니다. 취임 2주년쯤 역대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1987년 체제 이후 가장 낮다(한국갤럽 기준).

노태우 대통령 취임 2년 당시 지지율이 28%, 김영삼 대통령 37%, 김대중 대통령 49%, 노무현 대통령 33%, 이명박 대통령 44%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33%였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낮아도 너무 낮다(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취임 2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영향이 상당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비교가 가능하지 않아서다). 그뿐인가. 역대 대통령 중 취임 2년 시점에서 부정 평가가 60%를 웃도는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보여주는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수층에서의 대통령 지지 철회 경향이 심각하다.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나타난 보수층에서의 대통령 지지율은 39%였다. 지지율 40%대가 무너졌다. 지난 3월 첫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나타난 보수층에서의 윤 대통령 지지율이 64%였던 점을 생각하면,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려면 전통적 지지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 지지 기반이 무너지고 있으니,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 더욱 어렵게 됐다.

전통적 지지 기반 와해 이유로 그동안 누적돼온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를 들 수 있다.

최근에 알려진 이른바 ‘영수 회담 관련 비선’들 ‘폭로’도 보수층의 지지 대열 이탈에 한몫하는 요인이다. 자신들이 영수 회담을 성사시킨 ‘비선’이라 주장하는 함성득 경기대 정치대학원 원장과 임혁백 고대 교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치는 ‘사실’ 여부를 따지는 영역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해당 사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인식’의 영역이다. 따라서 이들 주장의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보수층이 두 사람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분노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보수층이 분노하는 대목은 “이재명 대표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인물을 대통령실 인선에서 배제하겠다” “지지층의 반대도 극복해야 한다” 등등의 대통령 언급이다. 대통령실 구성원은 대통령과 함께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인선 관련 야당 대표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이런 말을 했다면, 이는 보수층이 아연실색할 만한 사안이다.

지지층 반대를 극복하겠다고 했다면 그것도 문제다. 윤 대통령은 보수의 적자라고 보기 힘들다. 진보 정권 아래서 검찰총장을 지냈을 뿐 아니라, 보수 정치권에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됐다. 보수 정치권에서 뿌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지지층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면, 이는 지지층을 모두 없애는 행위나 다름없다.

대통령실 부인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은 왜 영수 회담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발언을 사실로 받아들일까.

이들이 ‘비선’이든 ‘막후’든, 실제 정치에서 이런 비공식 라인이 작동하는 것을 두고 뭐라 할 수는 없다. ‘비선’ 혹은 ‘막후’는 공식 라인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문제는 이들이 스스로를 영수 회담의 막후라고 주장하면서 언론과 인터뷰한 사실이다. 공식 영역에 등장하면 막후 혹은 비선이라 부를 수는 없다. 그런데 막후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공식 영역에 등장했으니, 앞으로 영수 회담이 다시 열리기 쉽지 않다. 이들이 공식 인터뷰를 하며 ‘막후의 뒷얘기’도 폭로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영수 회담이 열리면 보수층은 “이번에는 또 무슨 선물을 줬느냐”면서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영수 회담이 열릴 경우, 영수 회담의 성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확산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런 ‘비선’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보수층의 의구심은 이미 총리와 비서실장 인선 때부터 있었다는 사실이다. 박영선 전 장관이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 원장 발탁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적지 않은 보수층은 ‘비선’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비선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공개적으로 등장했으니, 보수층은 ‘의구심’이 단순한 의심이 아니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이런 확신은 이들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게끔 만들었다. 어쨌든 작금의 상황은 보수층 마음을 더욱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

요사이 윤 대통령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 것은 알겠다. 그럼에도 이런 달라진 모습이 곧바로 정국을 안정시킬 정도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법무부는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정기 인사임에도 여론은 이번 검찰 고위직 인사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의 연관성에 대해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또한 지지율 상승 가능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이 변화하려 애써도, 이런 의심을 살 행동 때문에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대통령 지지율로는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 이런 차원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제발 여론 눈치를 보면서 일을 벌였으면 좋겠다.

매경이코노미

신율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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