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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몸집 작아지는 물고기들, 기후변화 영향일까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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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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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오랜 세월 우리 먹거리의 주요 원천이었다. 적어도 3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생선 등 해산물을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그런 풍요의 바다가 기후변화와 오염, 생물다양성의 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오래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생물학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어족자원이 1974년 10%에서 2019년 35.4%로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인간의 잘못으로 중요한 먹거리 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우려가 하나 더 늘었다. 물고기의 개체수뿐 아니라 몸집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960년과 2020년 물고기의 크기를 견줘보니 4분의 3가량이 크기가 작아진 것으로 관찰되었다. 이는 그만큼 큰 물고기 낚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고,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으려면 전보다 더 많이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남획의 유혹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왜 물고기가 작아진 걸까.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낚시꾼이든 어업 종사자든 모두 큰 고기를 잡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작은 물고기가 더 많이 더 오래 살아남게 됐고, 또 작은 물고기의 유전자가 후대에 더 많이 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즐겨 잡지 않는 어종의 물고기도 몸집이 작아졌다는 점에서 이런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알아본 결과 수온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 최근 미국의 전문가는 민물 송어 400마리를 한 무리는 수온 15℃의 물에, 다른 무리는 20℃의 물에 넣어 여덟달 동안 기른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따뜻한 물의 송어 크기가 찬물 송어의 절반밖에 안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직 논쟁 중이다. 유력한 가설은 아가미와 관련 있다. 물고기는 체온 조절 기능이 없어서 수온이 올라가면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한다. 그러나 아가미의 용량 한계로 더 많은 산소를 호흡할 수 없다. 그래서 대신 몸집을 줄여 산소요구량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해부해보니 따뜻한 물에서도 물고기의 아가미 용량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정확한 원인이 무엇이든, 물고기 크기에서도 기후변화의 광범한 영향력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박병수 국제부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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