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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아파트 입구 막는 차량에…“사유지라 이동 어려워” vs “업무방해 혐의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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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 방해 차량, 더 적극적인 조치 나서야”

세계일보

아파트 주민이 촬영한 승합차 견인 모습. 연합뉴스


최근 경찰이 아파트 입구를 막은 승합차를 이례적으로 견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이번 조치를 본보기 삼아 경찰과 행정 당국이 아파트 단지 내 통행을 방해하는 차량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연합뉴스와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5시 35분께 서구 모 아파트에서 30대 A씨가 지하 주차장 입구 앞에 차량을 세워 두고 사라졌다.

A씨는 지인 명의의 승합차를 몰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다 경비원이 미등록 차량이란 이유로 진입을 막자 그대로 시동을 끄고 떠났다고 한다.

그가 주차한 방문자용 입구 옆쪽에는 입주자용 입구가 따로 있어 임시로 차량 통행이 가능했지만, 10시간 넘게 상황이 지속되며 불편은 점점 커졌다.

이때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있던 경찰은 고심 끝에 견인차를 불렀고 입구를 막은 승합차를 완전히 치워버린 뒤 경찰서로 강제로 옮겨 압수했다.

◆고심끝에 견인차 부른 경찰…차량 ‘강제 압수’

이는 유사 사례 발생 때 경찰이나 담당 구청이 신속하게 문제 차량을 견인하지 못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2018년 8월 인천 송도 아파트에서 캠리 차주가 주차 위반 경고장 부착에 반발하며 아파트 입구를 차량으로 막았을 땐 사건 발생 나흘째에 차주가 사과한 끝에야 차량을 옮길 수 있었다.

지난해 6월에는 인천 남동구 논현동 상가 건물에서 40대 남성이 관리비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주차장의 유일한 출입구를 1주일간 막기도 했다.

지난달 대구 아파트에서도 한 입주민이 자신의 명의가 아닌 차량을 등록해주지 않는 관리사무소 방침에 앙심을 품고 이틀간 주차장 출입구를 막았다.

이런 사태가 며칠씩 지속돼도 경찰과 담당 구청이 쉽사리 문제 차량을 견인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건 발생 장소가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상 주차금지 구역에 차를 댈 경우 차량 이동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아파트 내부 통로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사유지여서 행정 조치가 어렵다.

자동차관리법상 무단 방치 차량을 강제 견인하려면 차량이 2개월 이상 방치돼야 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다 보니 사실상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인천 서구 사례는 경찰이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과 관계자 진술 등을 확보하며 업무방해 혐의를 적극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에 신속한 이동 조치가 가능했다.

◆“아파트 입구 막은 차량, 강제 이동 조치…전국 최초 사례”

경찰은 A씨가 차량으로 아파트 입구를 막아 경비원의 주·정차 관리 업무 등을 방해한 점과 이에 따라 아파트 단지 내 통행에 차질이 빚어진 점에 주목했다.

형법 제314조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A씨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미등록 차량으로 입차한 이력을 제시하며 아파트 관리규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운전자와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긴급히 압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차량을 견인 조치한 뒤 법원으로부터 사후 압수영장을 발부받았다.

인천 서부서 관계자는 "아파트 입구를 막은 차량을 강제로 이동 조치한 것은 전국 최초 사례"라며 "공익을 훼손하는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적극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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