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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5대 이슈’ 누가 유리할까… 트럼프 물가, 바이든 대선자금 우위 [글로벌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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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6개월 앞, 표심 중간 점검

여론조사서 절반이 “둘 다 싫다”… ‘더블 헤이터’에 선거 승패 달려

바이든, 고물가에 경제 리더십 흔들… 반전 시위 진압-불법 이민에 ‘진땀’

트럼프는 낙태권 논쟁서 약세 보여… 선거 자금도 바이든의 절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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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판세 가를 5대 이슈

미국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권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현지에선 대학가 반전 시위 등 이슈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를 놓고 판세 분석이 한창이다. 미 대선의 표심을 가를 5가지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미 유권자들의 분위기를 중간 점검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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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투표를 할지 말지 결정조차 못했어요. 바이든도, 트럼프도 아닌 케네디 주니어를 찍을까요?”

미국 뉴욕 헌터칼리지 2학년에 재학 중인 칼레이샤 나이아크 씨(21)는 8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물가는 비싸고, 묻지 마 범죄는 기승을 부린다”며 “국가에 대한 믿음 자체가 흔들리는 기분”이라며 11월 대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자 대결인 게 불만이라며, 차라리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에게 표를 던질까 생각 중이라는 얘기였다.

뉴욕에서 나고 자라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나이아크 씨에게 이번 투표는 생애 첫 대선으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투표 자체에 흥미를 잃고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주변엔 이런 고민에 빠진 미국인이 무척 많다.

미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나이아크 씨와 같은 ‘더블 헤이터(double hater)’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달 퓨리서치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49%가 ‘할 수만 있다면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다른 후보로 바꾸고 싶다’고 답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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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결국엔 두 후보 중 하나가 승리하는 현재 구도에선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외부 변수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 3월 국정연설 이후 지지율 상승세를 타던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가 반전 시위라는 복병을 만나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세력인 청년층과 유색인종 커뮤니티에서 민심을 잃고 있다. 이처럼 미 대선의 표심을 가를 ‘진짜 변수’로 꼽히는 5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미 유권자들의 반응과 분위기를 살펴봤다.

“내 월급 어디로” 고물가
― 트럼프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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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선 땐 바이든을 찍었죠. 하지만 마음이 바뀌었어요. 휘발유, 렌트비, 임대료… 모든 게 비싸요.”

미 펜실베이니아주 루전 카운티에 사는 조지오 바블라스 씨(24)는 지역 유력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에 “바이든은 유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성공을 위해 반드시 가져와야 하는 핵심 경합주다.

현재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경제, 특히 인플레이션은 미 유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다. 올 들어 미 증시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0차례 이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글로벌 경제학자들은 미 경제 성장세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지 미 국민들은 고물가를 비롯한 경제 전반에 대한 불만이 높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물가 상승이 둔화세를 보인 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올해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현 정부에 대한 경제 불만이 사그라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 들어 3개월 연속 미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치솟으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악재로 부상했다. 통상 경제 불안 심리는 집권당에 불리하다. 특히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미시간 등 6개 경합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21%만이 현 경제 상태가 좋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반도체나 전기차 보조금으로 미 제조업 부흥을 이끄는 ‘바이드노믹스’ 성과를 적극 홍보하지만, 현지에선 체감을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공장이 들어서는 조지아주나 대만 TSMC가 수십조 원을 투자한 애리조나주조차 “경제가 우려된다”며 트럼프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 이사를 역임한 랜들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올 초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고물가를 정말 싫어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과소평가하고 일자리 창출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최근 2년간 임금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올라 불만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뉴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국계 미국인 A 씨는 고물가 자체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 부족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직장인이 도심으로 돌아오지 않아 영세 사업장이 여전히 힘들다”며 “차라리 트럼프라면 세금이라도 덜 걷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바로 연준의 금리 인하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은 정치와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엇지만,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을 맹비난하며 금리를 정치 이슈로 끌어들인 상태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미 물가 약세 지표가 나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건 바이든 대통령에게 희소식”이라며 “일각에선 ‘7월 금리 인하,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설이 돌아 바이든 대통령의 역전 가능성이 희박하진 않다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지원 싫다” 반전시위
― 트럼프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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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찰이 미 컬럼비아대 중동전쟁 반대 시위대를 전격 연행한 뒤 들불처럼 번진 대학 시위는 이번 주부터 주요 대학들이 방학에 들어가며 소강 상태를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슈는 이번 대선에 가장 폭발력 있는 논쟁거리로 꼽힌다.

뉴욕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프레드 맥널티 씨(30)는 민주당 선거 캠페인에도 참여했던 열혈 민주당 지지자다. 하지만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과 시위 강경 대응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팔레스타인 이슈에 나선 것은 이스라엘의 민간인 공습과 미국의 지원에 분노했기 때문이에요. 트럼프나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의 주장처럼 ‘선동가에게 세뇌당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뉴욕 한복판에 등장한 진압용 경찰트럭을 보며 마치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속 북한이 떠올랐어요.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청년들을 몰아세우고 있어요.”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적 성향인 이들은 이스라엘 정책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했지만 트럼프를 피하기 위해 결국 돌아올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민주당 내 진보 세력은 원래 바이든을 선호하지 않았기에 전쟁이 (투표를 거부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48%는 팔레스타인에 더 공감하는 반면, 이스라엘에 더 공감한다는 응답률은 21%에 그쳤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인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48%가 이스라엘에 더 공감한다고 답한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학가 시위를 중도 보수층 표심을 얻는 데 활용하고 있다. 격렬한 시위가 장기화되면 중도 보수층이 공화당으로 기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논조의 NYT나 워싱턴포스트(WP) 등에서 “대학 시위가 트럼프를 유리하게 만든다”며 학생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칼럼이 최근 줄줄이 이어지는 이유다.

만약 6개월 안에 바이든 대통령의 중재로 중동전쟁이 휴전한다면 상황은 단박에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물가 안정보다 요원해 보인다. 제프리 프리드먼 다트머스대 정치학자는 디애틀랜틱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위를 기점으로 세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을 강화하려 한다”며 “유권자들은 위기가 닥쳤다고 느끼면 강한 이미지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크다”라고 했다.

“경제보다 내 몸이 먼저” 낙태
― 바이든 유리

낙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확실히 유리한 이슈다. NYT 여론조사에서 6개 경합주 유권자의 64%가 낙태 관련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낙태 이슈 관련 선호도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1%포인트 앞섰다. 블룸버그통신의 경합주 조사 역시 45%가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 문제를 더 잘 해결할 것이라고 답해 트럼프 전 대통령(36%)보다 9%포인트 높았다.

특히 경합주 애리조나는 160년 전에 제정됐던 낙태금지법을 부활시킬 뻔했던 일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산모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를 제외한 모든 시기에 낙태를 전면 금지한 1864년 주법을 다시 시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반대 여론이 거세자 트럼프 전 대통령마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결국 주의회에서 낙태금지법 폐지 법안이 통과됐고,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가 서명해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낙태금지법이 부활될 수 있다는 시그널은 많은 여성 유권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애리조나 피닉스에 거주하는 대학생 올리비아 루이스 씨(21)도 낙태 문제 때문에라도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시간당 15달러짜리 ‘알바’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독립이 어렵고, 바이든의 이스라엘 지원도 실망스러워 차라리 트럼프를 뽑고 싶은 맘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건강과도 이어지는 낙태에 대한 큰 결정이 계속해서 바뀌는 상황을 보면, 애리조나주에 계속 살아야 할지조차 고민인 상황”이라며 낙태 이슈가 더 중요하다고 털어놨다.

“범죄 급증 걱정” 불법 이민
― 트럼프 유리

바이든 대통령이 경합주 애리조나주 선거인단을 차지하려면 낙태 이슈 말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불법 이민 이슈다. 애리조나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특히 바이든 대통령에게 취약한 이슈로 꼽힌다.

팬데믹 이후 이민자 급증은 미 물가 하락에 기여했으나, 유권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은 다르다. 정치매체 액시오스와 해리스폴이 지난달 성인 6251명에게 ‘불법 이민자의 대규모 추방을 지지하느냐’고 물었더니 51%가 그렇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조차 42%가 추방에 동의한다고 했다. 마크 펜 해리스폴 회장은 “추방에 대한 대중의 찬성에 놀랐다”며 “정치인들에게 ‘불법 이민을 통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경합주가 문제다. 현지 언론들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뉴욕이나 시카고 등도 관련 문제로 불만이 치솟곤 있지만, 이들 지역은 결국 민주당이 차지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경합주이자 국경에서 가까운 애리조나와 네바다, 불법 이민자 범죄에 대한 우려가 깊은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표심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위기 요인이다.

조지아주 공화당원인 데니스 호지킨스 씨(56)는 WSJ에 “불법 이민자는 미 경제, 범죄, 마약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민 자체보다 범죄와 재정 부담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액시오스 조사에서도 불법 이민을 우려하는 이유가 ‘범죄와 마약 폭력 증대’(21%), ‘세금 부담’(18%), ‘테러리즘과 국가안보 리스크’(17%) 순으로 나타났다.

“선거는 쩐의 전쟁” 대선자금
― 바이든 유리

조 단위의 돈이 투입되는 미 대선에서 선거자금은 모든 걸 압도하는 힘을 지녔다.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 쓰인 자금은 총144억 달러(약 19조4000억 원). 11월 대선까지 미 전역에서 TV광고를 내고 캠페인 유세를 하려면 앞으로 양측 모두 수조 원이 필요하다.

지난달 발표된 선거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측은 3월 9000만 달러를 포함해 1분기(1∼3월)에만 1억8700만 달러를 모금했다. 현재 선거 캠프에는 1억9200만 달러의 현금이 실탄으로 쌓여 있다고 한다.

반면 트럼프 측은 현재 931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모금한 돈을 사법 리스크 대응에 쓰느라 대대적인 TV광고 론칭에도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접전지역을 포함해 미 전역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낙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TV광고를 시작했다. NBC방송에 따르면 다음 달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 등을 초대해 대규모 선거자금 모금 행사도 열 계획이다.

변수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거액 기부자들이다. NYT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비판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과 공화당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를 후원했던 케네스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 등이 트럼프 측으로 마음을 돌리고 있다. 다른 월가의 큰손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규제 강화나 증세 등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NYT는 “2030세대 유권자가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이 불만이라면, 고액 기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원에 소극적인 점이 불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이전보다 ‘쩐’의 영향력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맷 그로스먼 미시간 주립대 정치학자는 온라인매체 복스 인터뷰에서 “이미 대중은 두 후보를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올해 TV광고의 효과는 전보다 많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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