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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국가채무비율 현수준에 묶는다 … 부처별 사업예산 전면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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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윤 대통령,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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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제대로 된 효과 분석 없이 추진되는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되 이렇게 아낀 예산을 저출생과 약자 복지, 의료 개혁, 첨단산업 연구개발(R&D) 부문에 투입한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정부 예산 편성을 앞두고 향후 재정 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체로 2004년 이후 매년 대통령이 주재해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각 부처를 대변하는 장관이 아니라 국정 전반을 담당하는 국무위원 관점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과 2024~2028년 중기 재정 운용에 대해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민께서 마음 편히 행복하게 오늘을 사실 수 있도록 만들고 지금의 자유와 풍요가 미래에도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첫 번째 존재 이유"라며 "앞으로의 재정 운용은 민생을 더 세심하게 챙기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대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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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을 발제하며 "내년도 예산 증가분이 모두 의무지출에 해당해 신규 증액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민생 과제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에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부처별로 덜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며 구조조정 실적에 따라 예산상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사업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라며 "중기 계획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대 초·중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17년 660조원에 그쳤던 국가채무는 올해 1196조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GDP 대비 채무비율은 이 기간 36%에서 51%로 불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매년 예산 편성 때마다 20조원대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여파로 나랏빚이 불어나는 속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매일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신 재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코로나19 여파로 확장 재정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 2020년 48.7%에서 2029년 59.4%로 10.7%포인트 급증할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 부채는 중앙·지방정부채무(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것이다. 주요 8개국(G8) 가운데 경제 규모 대비 나랏빚 비중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영국(4.3%포인트), 미국(1.9%포인트)은 물론 부채 상황이 거꾸로 개선되는 일본(-6.6%포인트), 독일(-11.1%포인트)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서는 4위로 팬데믹 이후 중기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는 속도가 부쩍 빨라졌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부채비율 증가세가 빠른 나라는 에스토니아(13.8%포인트), 슬로바키아(13.6%포인트), 핀란드(12.4%포인트) 정도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은 공공재정 분야에서 더 이상 신용등급 강자가 아니다"며 "부채 증가 억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재정건전성 악화로 신용등급 전망이 떨어지면,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하고 기업 조달비용이 크게 오르는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채무를 관리하지 못하면 환율과 국가신인도에 문제가 생겨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고물가 현상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건전 재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며 통화량을 줄이고 있는 상태인데 재정정책으로 돈을 풀면 정책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며 "건전 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진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재정 중독' 여진에 국채 발행이 늘어난 것도 불안한 지점이다. 기재부 국채 데이터 분석 결과 내년 국고채 만기 상환액은 올해보다 21.6% 늘어난 104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로 늘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연금, 복지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공기관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며 "앞으로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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