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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목)

法 판단 기다린 대학들, 의대 증원 절차 곧 마무리… 입시 판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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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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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의대 입학 정원 증원을 허용하면서 대학들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곧 마무리할 전망이다. 학칙 개정, 모집 요강 공개에 이어 9월부터 수시 전형 원서를 접수하고 내년 의대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올해 고3이 입학하는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은 기존 3058명에서 최대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의대 입학이 쉬워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상위권 대학 자연계 재학생들이 넓어진 의대 문을 노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재도전하면서 이른바 ‘N수생’(재수생 이상)이 대거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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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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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반기 들었던 부산대·경북대, 학칙 개정 다시 심의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늘어난 전국 대학 32곳 중 15곳은 학칙 개정을 마쳤고, 17곳은 아직 학칙을 개정하지 않았다. 대학은 학과별 정원을 학칙으로 정한다. 다만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의료인 양성을 위한 대학 모집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내용을 따라야 한다. 교육부 장관은 이를 지키지 않는 대학에 시정명령,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대학들이 의대 정원을 늘리려면 교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학칙을 개정해야 하지만, 일부 국립대는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이 나오자 더는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을 미룰 수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부산대는 지난 7일 교무회의에서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지만 오는 21일 교무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신임 최재원 총장이 이날 임명되며 오는 28일 예정된 교무회의를 일주일 앞당겼다”고 했다. 경북대는 지난 16일 교수회 평의회에서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지만, 오는 23일 평의회를 다시 연다.

정부는 대학들이 빨리 의대 증원 절차를 마치고 모집정원을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도록 2025학년도 대입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앞서 전국 대학 32곳은 의대 증원을 반영한 대입 전형 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했다. 대학들은 학칙을 개정하고 대교협에 대입 전형 계획을 내야 하지만, 의정(醫政) 갈등이 길어지며 일부 대학은 대교협에 대입 계획을 먼저 제출하고 학칙 개정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대입 전형 계획을 심사하지 않았다”며 “다음 주부터 심사를 시작해서 이달 말까지 모집요강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학들은 모집요강 확정되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오는 7월 초부터 재외국민 전형을, 9월 초부터 수시 전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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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 입시 관련 안내가 게시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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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지각변동 예고…변수는 역대급 N수생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합격 점수는 전년보다 2.91점(국어·수학·탐구 합산)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의대와 중복 합격한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자연계열 합격생 이탈도 늘어나면서 주요 대학의 합격 점수에도 연달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모집정원 확대로 중복·추가 합격자가 증가해 합격 커트라인이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N수생이 역대 최대 규모로 몰리며 수능 난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N수생 비율은 35.3%(17만7942명)로 2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 수능은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 제외에 대한 기대감으로 N수생이 유입됐다면, 이번에는 의대 입학에 재도전하는 수험생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원은 직장인을 위한 ‘의대 야간반’을 운영하고 있다.

N수생은 일반적으로 고3 수험생보다 수능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N수생이 크게 늘어날 경우 변별력 확보를 위해 수능이 어렵게 출제될 수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 증원 규모가 1000명이 넘기 때문에 이전과 다른 입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도 “합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의 실력이기 때문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는 여전히 2025학년도 입시를 앞두고 의대 정원이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의대생 등의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전날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가 의대 증원 집행정지 사건을 각하·기각하자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대법원이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입 전형이 확정되는 5월 31일 이전에 대법원이 심리를 마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나오려면 최소 수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판단 전까지 2025학년도 의대 입시 절차가 마무리되면 사실상 증원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홍다영 기자(h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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