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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스라엘 ‘라파흐 공격’ 멈춰 세우라” 국제사법재판소 법정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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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들이 16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평화궁전에서 열린 심리에 참석하고 있다. 헤이그/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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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부) 라파흐 공격 중단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피란민 100만명가량이 밀집한 라파흐에 대한 지상전을 본격화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남아공 변호인단은 16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사법재판소 심리에서 “이스라엘의 행위는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지역으로서 가자지구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엔드 게임’의 일부”라며 이렇게 밝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남아공 변호인단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체에서 즉각, 남김없이, 무조건 철수하라”고 명령해줄 것도 요청했다. 또 이스라엘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유엔과 구호단체 관계자, 언론인과 독립적인 조사관들의 방해받지 않는 가자지구 접근을 허용하도록 명령할 것도 요구했다.



남아공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이스라엘의 의도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삶을 파괴하고 그들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리려는 것”이라며 “라파흐는 마지막 저항 거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스라엘을 멈춰 세워야 한다”며 “남아공은 오늘 다시 한 번 정중히 국제사법재판소가 권한을 행사해 이스라엘을 멈춰 세우는 명령을 내려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외교부는 “남아공의 주장은 도덕적으로 그리고 사실관계에서 왜곡된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은 국제법을 지키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스라엘은 또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남아공을 지렛대로 국제사법재판소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공격해 이스라엘에서 1200여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인질로 끌려갔다. 이후 이스라엘은 하마스 박멸을 목표로 내걸고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가자지구 주민 3만5000명 이상이 숨졌다.



가자 전쟁 발발 두달여 뒤였던 지난해 12월 남아공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협약 위반 이유로 제소했다. 이번 심리는 이달 초 남아공이 이스라엘에 대해 추가 긴급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데 따라 열렸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 기구이며 판결은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은 사실상 없다.



남아공이 라파흐를 특정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멈추라고 요청한 이유는 이곳에 가자지구 피란민 100만명가량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뒤 가자지구 북부에서부터 지상전을 벌이며 남진했고, 가자지구 주민들은 최남부 라파흐까지 쫓겨갔다. 한때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명 중 절반 이상인 140만명 이상이 라파흐에서 피란했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군이 라파흐에서까지 본격적인 지상전을 하면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이를 만류해왔지만, 이스라엘은 지난 7일 라파흐 지상전을 강행했다. 지난 7일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접경한 라파흐 검문소를 장악하며 라파흐에서 지상전을 시작했고, 이에 라파흐에서 피란 중이던 주민 중 수십만명이 다시 다른 지역으로 피란 길에 올랐다. 이후 라파흐에서는 제한적인 지상전이 이어져 왔다.



이스라엘은 라파흐 지상전을 곧 본격화할 의지까지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6일 라파흐 일대에 “추가 병력이 진입할 것”이라며 “작전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라파흐 지역에서 군 지휘관들을 만난 후 “목표물 수백 개를 이미 공격했으며, 이 같은 활동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이스라엘 전시 내각의 일원인 갈란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라파흐 지상전 강화 시사라고 짚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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