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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단독] 흉악범 '호화식단' 논란에...서울구치소 비공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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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올 1월 서울구치소 식단표/사진=법무부 교정본부 홈페이지


연말연시 '호화 식단' 논란이 일었던 서울구치소가 식단표 게시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진행했지만 유영철, 강호순 등 흉악범들에 대한 혜택으로 비쳐지면서 식단표 공개에 부담을 느낀 결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구치소는 '부식물 차림표'란 이름으로 공개했던 월별 식단표를 올 1월을 끝으로 게시하지 않고 있다.

'호화 식단'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새해 첫날엔 불고기 등 반찬과 함께 유과 특식이 나왔고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엔 사골곰탕, 떡갈비 등이 수감자들에게 제공됐다.

서울구치소에는 유영철,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을 비롯해 다수의 사형수들이 몰려 있다. 이들에게 특식을 제공한 것을 두고 "서민보다 사형수가 잘 먹는다"며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곳에 흉악범들만 있는 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는 구속 피의자들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구속 피고인들도 주로 수감된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도 이곳에 있다.

식단표 게시를 중단한 게 위법은 아니다.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식단표 공개는 전국의 각 교정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전국의 구치소, 교도소 등 각 교정기관을 살펴보면 식단표를 게시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이달만 보더라도 서울동부구치소와 서울남부구치소 등 주요 교정기관은 식단표를 게시했다. 서울동부구치소는 통상 전월 말이나 당월 초, 서울남부구치소는 당월 1일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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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 취사장 모습/사진=법무부 교정본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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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을 공개했던 이유가 '국민의 알권리'였던 만큼 정보 공개 중단은 명분이 약할 수밖에 없다. 식단표를 게시하는 교정기관들은 여전히 '국민의 알권리', '교정행정 투명성 제고', '국민의 정보 접근권 보장' 등을 이유로 삼고 있다. 서울구치소의 경우 2022년 내내 정보를 공개하다 휴식기를 거쳐 지난해 3월부터 올 1월까지 식단표를 게시해왔다. 이제 서울구치소 식단표를 확인하려면 정보공개 청구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호화 식단' 논란은 국경일에 지급되는 특식에서 비롯됐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소장은 국경일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날에는 특별한 음식물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있다. 서울구치소의 경우 이달 15일 석가탄신일 특식으로 맛밤과 쿨피스가 제공됐다. 이때 1인당 1400원대 추가 예산이 투입됐다. 통상 1700원 안팎에서 1인당 1회 특식 예산이 편성된다.

평소 식단은 쌀을 주식으로 제공된다. 수용자 1인당 1일 급식 비용은 5094원이다. 한끼에 약 1600원꼴이다. 지난해엔 1인당 1일 급식비가 4994원이었는데 해가 바뀌며 100원 올랐다. 급식비 자체가 상당히 낮지만 수용자들이 직접 밥을 짓는 등 인건비가 들지 않아 소고기 같은 식재료 사용이 가능하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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