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저출산과 연금개혁’ 세미나에서 나경원 당선인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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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 후 움츠렸던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총선 책임론에서 자유로운 비윤석열(비윤)계 주자들을 중심으로 활동반경을 넓히는 모양새다. 공개 활동을 늘리며 지지세를 확인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친윤석열(친윤)계는 신중한 모습이고, 친윤에서 멀어지고 있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은 당내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다.
나경원 당선인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저출산과 연금개혁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 유상범·엄태영·전주혜·김용태 비대위원 등 친윤으로 평가받는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의원·당선인도 30여명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나 당선인은 “저출산 문제는 제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잠시 맡았을 때보다 지금 더 뜨거운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저출산을 해결할 수는 다 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당선인이 이날 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하는 행사를 주최한 것은 개원 전 대세론을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당선인은 세미나 직후 기자들이 ‘황 위원장과 비대위원들도 전원 참석해 당권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묻자 “관심 있는 주제라 많이들 참석해주셨지 않았나 한다”고 답했다. 나 당선인은 그러면서 “제가 뭘하든 요즘 당권하고 (연관지어) 말씀하시는데 아직 고민하는 부분은 우리 당이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되느냐는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나 당선인은 지난 14일에는 수도권에서 낙선한 당협위원장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윤상현 의원은 현안을 두고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며 비윤 색채를 강화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 수사라인이 대폭 바뀐 검찰 인사에 대해 “‘오얏나무에서 갓끈도 고쳐 매지 마라’ 이런 말이 있는데 이번 일이 그런 일이 아닌가”라며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네이버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서도 “(라인을) 절대 뺏기면 안 된다”며 “직접 윤 대통령이 (일본의) 기시다 총리에게 전화를 해서 이 문제에 협조를 구하는 것”을 주문했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의 가치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세미나를 열고 “채 상병 문제, 명품백 문제를 보면 (대통령실에) 정무적인 판단 능력이 없다”며 “최근 검사 (인사) 문제도 정무적인 판단이 너무 약하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속도감 있는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현재 분위기를 보면 너무나도 조용하다”며 “다음 전당대회를 빠르게 하더라도 7월부터 혁신하겠다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왼쪽)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의 가치,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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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비윤계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당 외곽에서부터 활동 반경을 늘려가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광주MBC에서 주최하는 ‘끊임없는 5.18 왜곡, 정치권의 역할은’ 토론회에도 참여한다.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두고 당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차원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지지자들과 토크콘서트를 하고 잇달아 대학 강연에도 나섰다. 유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이번엔 움직이지 않겠나”라며 “이번 총선에서도 유 전 의원이 나섰다면 뭔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친윤에서 멀어진 한동훈 전 위원장은 스스로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없지만 친한동훈(친한)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동훈 비대위’에서 사무총장을 역임한 장동혁 수석원내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에게 제기되는 총선 책임론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이 유세하면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유권자들에게 소구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한 번만 더 와달라고 해놓고 지금 와서는 그것 때문에 졌다고 한다”며 “그런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지지율이 깡패”라며 높은 지지율이 총선책임론을 불식할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주자들은 뚜렷한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권성동, 권영세, 윤재옥 의원 등의 당대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를 고려했다가 당 안팎의 반발에 출마하지 않기도 했다.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대표 선출시 당원투표 비중을 줄이고 일반 여론조사 비중을 높이자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친윤 주자들은 당심 비율이 높을수록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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