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2 (수)

[M-커버스토리] 공정위 낡은 기준과 규제, 변화한 산업구조 반영 시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메트로신문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준과 관련 규제는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기준은 여전히 2009년에 머무르고 제조업·내수기업·족벌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산업구조 변화로 문화·ICT 역량이 커지면서 엔터테인먼트와 IT 기업들이 새롭게 대기업집단에 포함돼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새로운 기준과 규제가 시급하다.

16일 <메트로경제> 의 취재에 따르면 빠르게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있지만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기준과 관련 규제는 과거 낡은 기준과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는 산업 구조 변화가 눈에 띈다. 사상 첫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포함됐고, 재계 순위에서도 e커머스 기업인 쿠팡이 1년 사이 9위, 2차 전지 기업 에코프로는 15위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업 성장은 통계에서도 나타나,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콘텐츠 사업체 수는 2022년 사업체 수는 11만 4769개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으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2.2% 증가했다. IT·SW 기업 또한 2022년 50만 800명으로 전년 대비 13.9% 늘었다.

반면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기준과 관련 규제는 여전히 제조업·내수기업이 중심이고, 족벌 경영이 문제였던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부터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동일인 판단기준 및 확인 절차에 따른 지침을 새롭게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논란이 일었던 쿠팡 김범석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했고 두나무 송치형 회장 또한 동일인 지정에서 벗어났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의 범위와 대기업 규제 적용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지만 개인 대신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이들은 규제 법망을 피하게 됐다.

공정위는 "두 기업은 동일인을 법인으로 보더라도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볼 때와 국내 계열회사의 범위가 달라지지 않고, 두 자연인의 친족들 또한 경영참여가 없으며 자금대차 및 채무보증도 없어 예외요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국적 차별 없는 일반적인 동일인 판단기준이라는 의의는 충족했으나 과거 족벌 경영이 사익 편취의 대표 방식이던 때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과거 친족을 계열사 대표 등으로 지정 후 부정을 저지르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산업 구조 변화로 ICT 기업의 경우 구태여 계열사를 거치지 않아도 문어발식 서비스 확장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 등이 가능해졌다. 또 국적 불문한 동일인 지정이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국적이 다른 친족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감시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대기업집단 기준 또한 15년 전 수준인 5조 원에 불과해 대기업집단으로서 대비가 안 된 기업이 지정되는 문제가 드러났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사상 첫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하이브는 지난해 말 기준 11개의 레이블을 포함해 총 76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빅히트뮤직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KOZ ▲어도어 ▲네이코(NAECO) ▲이타카홀딩스 ▲빅머신레이블 ▲QC미디어홀딩스 ▲엑자일뮤직 등이다. 각 멀티레이블이 소속 아티스트의 콘텐츠 제작을 전담하며, 홍보와 법무 등은 모회사 하이브가 맡는 구조다. 문제는 65개에 달하는 내부 계열사들의 주주 현황과 주요 경영사항 등을 모두 자본 시장에 공개해야 하지만 하이브는 최근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가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IT 플랫폼 기업이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긴 했지만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처벌할 방안도 부족하다. 현행법상 카카오모빌리티에서 나타났던 이른바 '콜 몰아주기'와 판매를 위한 입점에서의 불공정 계약은 공정위가 적발할 수 있어도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 확대는 잡을 수 없다.

2024년 상반기 카카오 기업집단 설명서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기업집단 카카오 소속 국내 회사 수는 129개에 달하는데, 이 중 80개가 카카오 핵심 비즈니스인 콘텐츠 및 저작권과 IT 기술 결합과 관련됐다. 카카오의 대표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사용자 수 4092만 명을 확보해 같은 기간 통계청 기준 전체 인구 5132만 명의 80%가 이용 중이다. 모바일 메시지 앱에서 확고부동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점적 지위를 업은 카카오톡을 통해 서비스가 개진될 경우 불공정 거래로 적발할 수가 없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기프티콘과 자사 IP 단독 판매를 진행한 사례 등이 포함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IT 산업이 현재 급성장 중인 만큼 섣부른 규제는 산업 발전에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독점적 지위를 점유한 기업이 또 다른 관계자들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일으키기 쉬운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