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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했다. 그동안 대구은행장의 시중은행 전환 준비를 해온 황병우 DGB금융 회장은 올해까지 대구은행장을 겸임하는 만큼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대구은행의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정레회의에서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인가'를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구은행이 지난 2월 7일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한 지 3개월 만이다.
대구은행은 1967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설립됐으며 시중으로 전환된 최초의 지방은행이자 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한국씨티은행에 이어 7번째 시중은행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황병우 은행장은 "지난 57년간 축적한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과 함께하고 다양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로 지역사회와 동반성장하는 새로운 시중은행이 되겠다"면서 "확고한 건전성과 내부통제를 바탕으로 은행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금융시장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력 보강하고 내부통제 탄탄히…'하이브리드 뱅크' 도약 준비 완료
대구은행은 지난해부터 TF를 꾸려 시중은행 전환에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지난 2월에는 시중은행 전환 본인가를 신청하며 'iM뱅크'를 새로운 사명으로 내세웠다. 향후 주주총회를 거쳐 'iM뱅크'를 사명으로 확정할 예정이며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대구은행 상표를 병기해 정체성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으로 전환하며 '전국의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New Hybrid Bank)'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접근성·비용 효율성과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과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은행의 장점을 함께 갖춘 새로운 은행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뉴 하이브리드 뱅크를 내세우고자 한다"면서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브랜드 위상 강화 등 은행 전반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대구은행은 무엇보다 시중은행 전환을 준비하며 내부통제 강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전반적인 준법 감시 역량 강화를 위해 사고 예방조치 세부 운영 기준 마련, 상시 감시 확대·체계화 등 준법감시체계를 개편했다. 신용평가 모형 전면 고도화, 시스템화 된 여신심사 체계 도입 등으로 건전성 관리에도 만전을 기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내부통제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준법감시인을 선임했으며 '개인화된 인증 시스템'을 오는 6월까지 주요 시스템 외 모든 기타 시스템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대구은행의 지난해 증권계좌 임의 개설 금융사고 영향이기도 하다. 이에 금융당국도 인가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체계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전환을 대비해 퇴직금융인 채용, 디지털 전문 인력 등 인재 영입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달에는 대구은행의 비대면채널인 iM뱅크의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추진을 위해 디지털 분야 채용을 대폭 확대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퇴직금융인을 대상으로 기업영업 전문인력(PRM)을 공개 채용하기도 했다.
전국구 영업 첫 공략지는 '원주'…은행권 "경쟁 쉽지 않을 것"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중심으로 형성된 독과점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시중은행을 투입해 '메기 효과'를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금융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새롭게 진출하는 영업 구역 중심으로 은행 간 경쟁이 촉진되고 이에 따른 소비자 후생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수도권 및 충청·강원 등에 향후 3년간 영업점 14개 등을 신설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해당 지역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을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또한 자체 비대면 채널(App) 고도화 등을 통해 고객 접근성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해 낮은 금리의 다양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기존에 진출할 수 없었던 충청, 강원, 호남, 제주지역에 점포 개설이 가능해졌다. 대구은행은 점포 수를 급격히 늘리기 보다는 디지털 금융 및 전국 거점 점포와 기업영업지점장(PRM)제도를 활용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영업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첫 거점 점포는 지방은행이 소재하지 않는 원주지점이 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대구은행은 중소기업들에게 찾아가는 관계형 금융 서비스를 적극 추진하고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조달비용 절감을 통해 전국의 고객들에게 더 좋은 금리와 한도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중·저신용자에게 포용금융 공급도 확대 노력도 지속한다.
단 업계에서는 대구은행이 당장 시중은행 전환 효과를 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시중은행 체제가 굳건한 만큼 새로운 시중은행 탄생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객 확대를 위해 무리한 마케팅에 나설 경우 오히려 건전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사실 현재 시중은행과 체급도 다르고 당장 시중은행만큼 전국적인 영업망을 꾸리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 단기간에 점유율을 끌어올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단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나는 만큼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시중은행 인가를 받았다고 갑자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업은 결국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대구가 아닌 지역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얻을 수 있는 조달 금리 효율화 등의 효과를 통해 어떻게 기반을 다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단 무리한 금리 마케팅에 나설 경우 오히려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5대 시중은행들과 체력 차이가 나는데 금리 경쟁에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무리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숙 기자 jisuk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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