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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막 오른 AI시대…'전기 먹는 하마' 오명 넘어 ESG 시대 정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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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거대 AI 모델 학습·구동에 막대한 전기·수자원 필요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 움직임 '활발'…신재생 에너지 등 적극 도입


더팩트

기업 비재무적 경영 지표를 나타내는 ESG 경영을 챙기는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AI 대전환 움직임이 ESG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역시 고도화되고 있다. /정용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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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최문정 기자]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의 등장으로 'AI 시대로의 전환'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AI를 적극 접목해 경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시각을 보내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고성능 AI 모델을 학습·구동하는 데 막대한 전기와 수자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ESG 관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미국의 스타트업 오픈AI는 초거대 AI를 활용한 챗봇 서비스 '챗GPT'를 출시했다. 챗GPT는 일반 공개 후 두 달 만에 월간활성이용자(MAU) 1억명을 돌파했다. 챗GPT의 성공 이후 구글(바드)과 메타(라마)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초거대AI 모델을 공개했다. 국내 기업에서는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가 '코GPT 2.0' 등의 모델을 내놨다. 현재는 초거대 AI를 넘어 인간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지적 활동이 가능한 AI 모델인 '범용 인공지능(AGI)'의 상용화를 위해 다수의 기업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초거대 AI는 특정한 질문에 정해진 답변만을 내놓던 이전의 AI 모델과는 완전히 다르다. 초거대 AI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을 전제로 한다. 논문과 기사처럼 정제되고 공식적인 데이터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인터넷 상에 올라와 있는 다양한 글과 이미지 등을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해진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것을 넘어, 기존에 학습한 데이터를 재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출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던 자료조사와 데이터 추출 등에서 획기적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초거대 AI의 상용화와 함께 산업계에서도 이를 활용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최대의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AI가 향후 10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생산성 향상을 이끌 것이라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오는 2027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리고, 2034년에는 그 비율이 0.4%포인트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초거대 AI가 세계 경제에 연간 최대 4조4000억 달러(한화 약 5625조원)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근로자들의 단순·반복 작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고객 관리, 영업,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분야에 AI를 접목시키면 생산성이 크게 증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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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종은 친환경 공조 설비인 '나무(NAMU)'가 적용돼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서버실의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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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I 시대를 둘러싼 장밋빛 전망과 함께 해결 과제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점이 초거대 AI를 구동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전기와 수자원이 활용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있어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 MIT 엠마 스트루벨 교수 연구진의 2019년 논문을 살펴보면, 초거대 AI 모델 학습을 위해서는 약 62만6000파운드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비행기로 300번 왕복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수치와 비슷하다.

데이터센터 냉각을 위한 수자원 역시 해결 과제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의 샤올레이 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챗GPT에 10~50개의 질문을 할 때마다 500ml 생수 한 병이 소모된다. 초거대 AI 모델이 고도화될 수록 필요한 물의 양도 늘어난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두 현안은 AI와 에너지"라며 "특히 에너지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AI가 필요로 하는 수준을 맞출 수 없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과 '각 세종'에 모두 자체 공조 시스템 '나무(NAMU)'를 적용했다. 이는 데이터센터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인위적인 에너지 활용을 최소화하고, 직·간접 외기를 적극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카카오도 첫 자체 데이터센터인 '데이터센터 안산'에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고효율 에너지 설비, 우수·중수·폐열 재활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데이터센터 안산은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과 녹색 건축인증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삼성SDS 역시 데이터센터에 외기 냉방, 공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항온 항습기 가동 최적화, 냉수 펌프 인버터 설치 등 친환경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전기 잡아먹는 하마'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며 "ESG 시대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센터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적 요소를 고려하고, AI 전용 반도체 등을 적극 도입해 운영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도 줄여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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