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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의대증원, 결론 '초읽기'…"멈출까, 갈까" 긴장감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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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오후 집행정지 여부 결정 예정

법원 결정 따라 전공의 복귀에 영향

의료계 "필수의료 미래 달려 있어"

뉴시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12일 서울 시내의 의과대학 모습. 2024.05.12. hw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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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 집행정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코 앞에 두고 의료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법조계·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수험생·의대생·전공의·의대교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며 보건복지부 조규홍·교육부 이주호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정을 16일 오후 내릴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법원 요청에 따라 지난 10일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직전 개최해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전문위)' 회의 결과 등 자료 47건과 별도 참고자료 2건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참여한 의료현안협의체(현안협의체)의 경우 회의록이 없어 회의 결과를 정리한 보도자료 모음을 냈다. 의대 2000명 증원분을 분배한 교육부 산하 ‘의대정원배정위원회(배정위)' 회의록은 제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대 증원에 따른 의대생·전공의 등의 이익 침해 여부,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과 대학별 정원 배분의 근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은 과학적 근거가 없고 증원과 증원분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위법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의대 증원 관련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정부는 의대정원배정위원회(배정위) 회의록의 경우 참석자가 의대교수인지, 공무원의 소속이 어디인지조차 제출하지 않는 기망 행위를 했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는 정부가 이미 2000명 증원을 확정해 놓은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고 했다.

또 "대법원 판례도 '행정청의 고도의 전문적인 정책적 판단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가급적 이를 존중해야 하나,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 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그 판단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거나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반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사법부에 의해 취소돼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2035년까지 의사 1만 명 증원을 목표로 삼은 것을 두고 "1만명이라는 수치가 과학적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정부가 주장하는 '1만명 = 2000명 × 5년' 도 있지만 '1만명 = 1000명 × 10년'도 있고, '1만명 = 500명 × 20년'도 있으며, '100명씩 조금씩 점진적으로 증원해 가다가 매년 수요공급변수의 변화를 적용해 새로이 조정해 나가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14일 '의사 정원,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한 포럼에서 "1만 명은 진실된 숫자가 아니다"면서 "인구의 고령화, 인구 감소에 따른 외래와 입원 수요를 예측하면 현재는 늘어나는 구간에 있지만 2045년 이후 줄어들어 2050년이 지나면 (의사 공급량이)상당 수준을 초과해 일본처럼 의사 수를 늘렸다 줄이는 정책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정부가 의대증원 근거 자료로 제시한 3개 보고서 중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보고서의 저자다.

의료계는 이번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복귀와 필수의료의 미래가 달렸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재판부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정부의 증원 처분 효력이 정지돼 의대 증원은 일단 중단된다. 의대 증원이 일단 중단되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돌아올 명분이 생긴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할지 미지수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교수는 지난 14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주최한 한 포럼에서 "전공의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근로 조건과 의료소송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살리는 일을 택했다"면서 "하지만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의 위협적인 발언, (전공의 소속 수련병원들에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등 조치를 보며 직업적 자존감이 완전히 말살됐다"고 말했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돼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동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도 대법원에 재항고는 가능하지만, 각 대학이 이달 말까지 신입생 정원을 확정해야 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7가지 복귀 조건 중 하나로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해온 전공의들은 복귀 명분이 사라진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이 낮아 의료체계가 급속히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빅5' 병원의 A 교수는 "설령 돌아온다고 해도 피부과·성형외과 등의 전공의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소아청소년과·외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는 복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다수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이미 미국, 일본, 영국 등의 의사면허를 준비 중"이라면서 "국내에서 혹독하게 수련을 받은 만큼 합격율도 95% 이상일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필수의료의 미래를 생각하면 너무 암담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병원을 떠난 전공의(과별로 3~4년 레지던트)들이 오는 20일 전후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2026년 2월이 돼야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전문의 2900명 가량이 배출되지 못한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뒤로 밀리면 군의관, 공보의 배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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