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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 (일)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수퍼관세로 중국 때렸다…전기차 단번에 4배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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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4배 높여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중(對中) 관세 인상 방안을 직접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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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뉴욕주에서 반도체 법안 등 자신의 경제 정책을 강조하며 본인의 임기 중 일자리 창출 성과 등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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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세가 적용되는 대상에는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태양전지, 반도체 등 첨단 공급망 관련 품목은 물론, 의료용품과 크레인 등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분야가 포함됐다. 전기차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선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강도 높은 대중 관세 압박 정책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中 불공정 관행…용납 못할 위험”



백악관은 13일 사전 브리핑에서 “중국은 강제 기술 이전, 지적 재산 절취 등 불공정한 관행으로 전세계 핵심 물품의 70~80%, 심지어 90%까지 통제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180억 달러의 관세를 인상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과잉 생산을 “공급망과 경제 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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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대표적인 분야는 전기차로,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당장 기존 25%였던 관세가 100%로 4배 오른다. 100% 관세는 차량 가격만큼 세금이 부과된다는 의미다. 단순화하면 1000만원짜리 차를 2000만원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다. 백악관은 “중국의 광범위한 보조금 등 비시장적 관행이 정상적·생산적 투자를 위협하고 있다”며 “100%의 관세로 미국의 제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BYD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회사가 됐다. 테슬라는 ‘출혈’에 가까운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이익 하락에 따른 주가 폭락에 직면해 있다. BYD뿐 아니라 전세계 전기차 생산 상위 10위권에는 중국 업체 5곳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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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판매 톱5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SNE리서치]





배터리는 당연…재료 광물도 관세



전기차의 핵심인 리튬 이온 배터리에 대한 관세도 현행 7.5%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다. 전세계 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CLAT와 BYD가 나란히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는 등 극심한 ‘쏠림’ 현상을 빚고 있다. 배터리 생산 상위 10개 기업 중 중국 기업 6곳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 외엔 한국 기업 3곳과 일본 기업 1곳이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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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베이징 오토쇼에 설치된 BYD의 부스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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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배터리 완성품은 물론 배터리 부품의 관세도 7.5%에서 25%로 올리고,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던 흑연 등 배터리 재료 광물에 대해서도 2026년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태양전지 50% 관세…‘트로이 목마’ 크레인도 규제



중국이 시장의 80~90% 가까이 점유한 태양전지에 대한 관세율도 25%에서 50%로 2배 인상된다. 환경 문제는 바이든 정부를 비롯한 민주당의 핵심 관심사다. 그러나 태양광 산업이 중국에 잠식되면서 환경을 강조할수록 중국 기업을 돕는 격이 되는 상황이 됐다.

백악관은 또 현행 0~7.5%인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올해 25%로 인상하고, 내년부터 중국산 반도체의 관세율도 현행 25%에서 50%로 올리기로 했다. 주사기와 바늘을 비롯한 의료용품과 마스크, 수술용 장갑 등에 대한 관세도 25~50%까지 인상된다.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범용 반도체와 의료용품은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당시 극심한 공급 차질을 빚었던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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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철강 공장에서 노동자가 강관을 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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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미국 정부가 해킹과 정보 유출을 위한 일종의 ‘트로이 목마’로 지목했던 중국산 크레인도 기존의 무관세 품목에서 25% 고관세 대상으로 변경된다.



‘선거용’ 가능성…트럼프 견제 의도



백악관은 관세 인상안을 공개하면서 “모든 국가, 모든 수입품에 무차별적 10% 관세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동맹국 공동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강력한 동맹과 공정한 규칙과 경쟁에 기반한 무역 시스템이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도 혜택을 준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언급한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다. 트럼프 측은 특히 중국산 물품 전체에 60%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멕시코를 우회한 전기차엔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왔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등에는 보다 포괄적인 고관세를 부과하면서도 핵심 분야 일부를 택해 관세를 높이기로 했다. 생필품을 포함한 중국산 물품 전체의 가격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등 동맹국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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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9월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방문해 미국에서 생산된 쉐보레 실버라도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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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를 검토해 향후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최종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9500여개 무역법 301조 해당 품목 중 관세율 인상 범위를 어디까지 정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中 경쟁 분야, 韓 호재 가능성”



이날 공개된 관세 인상의 영향을 받는 국내 업계 관계자는 “USTR의 최종안을 확인해야겠지만, 동맹국과의 협업을 내세운 대중 관세 인상은 전기차, 태양광 시설 등 중국 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한국 기업에게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은 사실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다른 경로로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철강 등 일부는 실효성보다 선거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중국은 일관되게 WTO 규칙을 위반한 일방적 부가 관세에 반대해왔다는 점”이라며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백악관은 별도 성명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설 일부가 배치된 와이오밍주 프랜시스 E. 워런 공군기지 인근에 있는 중국 기업 소유의 토지와 장비 등에 대해 강제 매각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미국 내 군부대 인근에 분포한 중국 소유의 자산 매각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주장해온 사안이다. 지난해에만 공화당 주도로 15개 주에서 중국 등 적대국의 토지 소유를 금지한 법안이 주 의회를 통과했고, 올해도 20여개 주에서 외국인의 토지 구매를 제한하는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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