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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檢 내부, 기습인사에 당황… ‘尹 의중·李총장 패싱’ 뒷말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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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간부 전격 교체 여진

간부들 대부분 오전에 인사 알아

대통령실과 총장 간 갈등 관측도

朴법무 “이번 인사 내가 주도한 것”

김여사 ‘명품백 수사’ 담당 공석돼

향후 수사 속도조절 불가피 전망

법무부 후속 인사 작업 착수한 듯

연수원 발령 주영환 검사장 사의

법무부가 전격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의 여진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선 기습 인사의 배경,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이원석 검찰총장 ‘패싱’ 여부 등을 놓고 뒷말이 나오는 가운데,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일보

이원석 검찰총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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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16일자로 발표된 대검 검사급 검사(검사장·고검장) 39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당황스럽다”,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검사는 “(중간 간부 등) 후속 인사를 어떻게 하는지를 좀 봐야 인사가 어떤 의도인지, 왜 이렇게 됐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다들 이해가 안 간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총장이 이날 출근길에 한 발언의 뉘앙스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이 총장이 지난 2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여파로 검찰 인사에서 사실상 패싱, 즉 배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송 검사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 검찰 간부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 총장이) 지난 11일 협의했다고는 하는데 시기 등 측면에서 이 총장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건 윤 대통령의 뜻”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위 간부 대부분이 당일인 13일 오전에야 인사가 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검사 출신 변호사도 “(출근길 인터뷰를 보고) 이 총장이 인사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 총장을 배제하고 인사를 했다면 김 여사 수사 때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박 장관은 참모들에게 “이번 인사는 내가 주도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는 “박 장관과 이 총장이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했다”고 밝혔지만, 이 총장은 좀 더 여유를 갖고 인사를 하자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0년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인사권 등을 놓고 대립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총장 인사 패싱 논란과 함께 추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며 윤 대통령은 “밖에서 다 식물총장이라 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로 무엇보다 김 여사를 향한 수사 전반에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명품 가방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 4차장검사는 당장 16일부터 공석이 된다.

세계일보

김건희 여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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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후속 인사를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부장검사는 “고검장과 검사장들은 인사를 갑자기 해도 영향이 크지 않지만, 수사 실무자 격인 중간 간부들 인사를 이렇게 시간이 촉박하게 하는 건 좀 바람직하진 않아 보인다”면서 “수사는 해오던 스케줄이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 여사 조사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 측근인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종적으로 조율할 가능성이 큰 만큼, 소환 조사 대신 서면이나 방문 조사를 할 것으로 점치는 의견이 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요즘 직권남용 문제 때문에 검사장들이 수사에 잘 관여를 못 해, 수사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면서도 “김 여사 특검 얘기가 계속 나오니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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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고위급 인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입을 굳게 다문 채 침묵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대검 검사급 검사(검사장·고검장) 39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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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검사장은 말을 아꼈다. 송 검사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서울중앙지검을 떠나지만 어느 곳에서도 공직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며 “여러분도 이 검사장과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전후한 줄사의는 이어지고 있다.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된 주영환 부산고검 차장검사는 이날 사의를 표했다. 주 검사장은 검찰 내부망에 “최근 형사사법 제도의 급격한 변화로 범죄 대응력이 느슨해졌다”며 “국민 안전과 행복을 지켜 줄 수 있는, 더 나은 형사사법 시스템을 희망해 본다”는 말을 남겼다.

박진영·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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