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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왕이 "한국, '대만 문제' 신중하게"... 한중 '온도 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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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북러 군사 협력 등 중국 보도문에서 빠져
조태열 "이견 숨기지 않고 해소 노력도 회담 성과"
"한중 정상 상호 방문" 언급... 시진핑 회동은 불발
한국일보

조태열(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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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나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중국 측이 공개했다. 한국 측 회담 결과 발표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한중 양국이 관계 개선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주요 쟁점에서는 온도 차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조 장관과 만찬을 포함해 4시간가량 진행한 회담에서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고, 대만 관련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 양국 간 정치의 기초를 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방미를 앞두고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절대 반대한다"고 밝혀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부른 바 있다.

다만 왕 부장은 "중한 간 근본적인 이해 충돌은 없으며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똑같아지진 않는다)의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견은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화를 지속해 가자는 뜻이다.

이해 충돌 없다 했지만... 공급망 인식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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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왼쪽 두 번째) 외교부 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맨 오른쪽) 중국 외교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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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양측은 호혜 협력을 심화하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며 "함께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하고 국제 자유무역 시스템을 지키면서 원활한 생산, 공급망을 보장하자"고 제안했다. '보호무역주의 반대·자유무역 수호'는 중국이 미국 주도로 이뤄지는 공급망 재편을 비판할 때 사용해 온 표현이다. "양국이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긴밀히 소통해 가기로 했다"는 한국 측 발표 내용과는 근본적인 시각 차가 드러난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한반도 지역 현안에 대해선 "양측이 한중일 협력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언급했다. 조 장관이 회담에서 강조한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과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 우려' 등에 대한 내용은 중국 측 보도문에 담지 않았다. 다만 "한국 외교는 제로섬 게임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등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가 실린 발언들은 비중 있게 소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4일자 사설에서 "조 장관의 이번 방중은 한국의 대중국 외교가 긍정적으로 진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한중관계는 제3자의 방해를 받아선 안 된다"며 한미동맹에 대한 경계심도 숨기지 않았다.

조태열 "한중 정상 상호 방문 필요성"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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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14일 중국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베이징특파원 간담회에 참석,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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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을 통해 양측 간 이견이 두드러졌다는 지적과 관련, 조 장관은 14일 베이징특파원 간담회에서 "큰 틀에서 '(한미)동맹'과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숨길 게 아니라 대화하며 조금씩 해소하자는 양측의 의지를 확인한 것도 성과"라고 밝혔다.

이번 방중 계기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만남은 불발됐다. 조 장관 측은 중국에 시 주석 예방을 요청했으나, 중국 측은 이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 장관은 "(왕 부장에게) 양국 정상 간 상호 방문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차례"라는 정부 입장을 상기시킨 셈이다.

한국 외교장관의 중국 방문은 1년 9개월 만에 이뤄졌다. 베이징 방문으로 따지면 2017년 11월 강경화 당시 장관의 방중 이후 6년 6개월 만이다. 한중 고위급 대화는 오는 26, 27일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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