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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10% ‘부실 부동산 PF사업장’ 구조조정…금융권 최대 5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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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태영건설 채권자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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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다음달부터 대출·보증 총 230조원 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옥석 가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전체(전국 5천여곳)의 10% 남짓으로 추산되는 부실 사업장 정리를 위해 은행과 보험사들이 신규 자금 최대 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부실 사업장 규모가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섯번째 피에프 대책…10%만 구조조정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이런 내용의 ‘부동산 피에프 연착륙 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발생 이후 정부가 다섯번째로 내놓는 피에프 대책이다. 이날 대책의 핵심은 피에프 사업장 ‘옥석 가리기’를 통해 사업성이 입증된 정상 사업장엔 신규 자금을 공급하고, 부실 사업장은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상 사업장은 사업성은 입증되지만 일시 유동성 자금 부족을 겪고 있는 사업장들로, 자금 지원 및 보증 확대 등을 통해 ‘계속 사업’으로 진행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다음달까지 금융회사들이 지켜야 하는 지침인 ‘피에프 리스크(위험) 관리 모범 규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금융사가 피에프 사업장별로 사업성을 평가(양호, 보통, 유의, 부실 우려 등 4개 등급)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유의, 부실 우려 등급)은 사업 재구조화, 토지 경·공매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사업성 평가 기준으로 브리지론이든 본피에프든지 △토지 매입 현황 △공사 진척률 △분양 진행 상황 △수익 구조 △대출 만기 연장 횟수 △연체 여부 등을 따지게 된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체 피에프 사업장의 90~95% 정도는 정상 사업장”이라며 “토지가 경매나 공매로 나오는 사업장은 전체의 2~3%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 5천곳 남짓으로 추산되는 전체 피에프 사업장의 최대 10%가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뜻이다. 여신액 기준으로는 약 20조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사업성 평가 대상인 국내 전체 피에프 사업장의 금융권(새마을금고 포함) 대출·채무 보증 등 기존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30조원이다. 최대 7조원 규모가 경·공매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자금 지원 위해 규제 풀고 최대 5조원 공급





은행과 보험회사 10곳은 경·공매로 시장에 나오는 토지 매입자금 대출, 부실채권 매입 지원 등 구조조정을 위해 1조원 규모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대출을 최대 5조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 업계의 부실채권 매입 등에 2천억원씩 총 4천억원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또 금융당국은 각종 대출 및 건전성 규제를 풀어 민간 금융회사의 신규 자금 지원을 유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은행이 구조 개선이 진행 중인 피에프 사업장에 우선변제권 있는 신규 대출을 할 경우 올해 말까지 대출 자산의 건전성을 부실 우려가 없는 ‘정상’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또 보험사가 전체 자산의 25%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해도 이를 건전성 규제상의 위험액에 포함하지 않고, 이런 신규 자금 지원으로 손실이 생겨도 금융사 임직원 징계를 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국은 이런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 투입될 자금 규모는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과거 대책을 통해 이미 발표했으나 아직 집행하지 않은 건설 및 피에프 사업장 정책보증 공급 등 기존 금융 지원 여력 32조원가량과 신디케이트론, 민간 금융사 자체 지원 등을 더하면 실탄이 부족하지 않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정상화 가능 사업장뿐 아니라 경·공매 등 구조조정 자금 지원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부실 피에프 사업장 규모가 기존 예상보다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당국이 정상 또는 부실 사업장을 가려내기 위해 개별 피에프 사업장의 사업성을 평가한 시기는 시장 금리 인하 기대가 팽배했던 지난해 말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큰 지금과는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가 ‘보통’ 등급 사업장까지 부실 우려 사업장으로 분류하는 것에 견줘서도 당국의 부실 사업장 규모 추정은 낙관적인 측면이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현재로선 금리가 쉽게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당국이 피에프 잠재 부실 규모를 안이하게 보고 있는 거 같다”며 “금리와 경제 상황을 보수적으로 보고 구조조정 대상 부실 규모를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노현웅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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