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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홍콩 ELS 투자자 “합의 대신 소송”…전문가 “조정안 수용이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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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홍콩지수이엘에스(ELS)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이엘에스 전액 배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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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 은행에서 홍콩 에이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2억원을 투자했던 이아무개(64)씨는 최근 만기 환매를 통해 투자 원금의 절반만 회수했다. 이씨는 “은행에 문의해 보니, 손실 금액의 30%만 배상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은행의 자율조정안을 따를지, 소송에 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홍콩 이엘에스 자율배상 절차를 앞둔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은행의 자율조정에 합의하는 대신 소송 절차를 밟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 카페에는 “은행의 자율배상안에 합의하면 소송에 가더라도 원금을 복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단체소송이 원금 복구의 지름길”이라는 의견글이 적잖다. 은행의 자율배상안에 ‘이후 민형사상 청구권은 포기한다’는 약정이 포함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길성주 홍콩 이엘에스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13일 “현재 600명가량이 단체로 소송 준비에 동참하고 있다. 로펌에서 법률자문을 받는 단계”라고 밝혔다. 단체소송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은 대체로 100% 원금 복구를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자율조정안을 보면 대부분 배상 비율 20~60%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당국의 자율조정안의 기본 축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와 투자자의 자기책임 두가지로 이뤄져 있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자율조정안을 따르는 방법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좀더 우세하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민사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게다가 이미 금전적 피해를 본 투자자가 변호사 비용까지 내야 하니 이 사람들 입장에서도 소송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재윤 변호사(법무법인 로집사)는 “투자자가 주장하는 원금 복구가 가능해지려면 계약 무효·취소 사유가 있어야 한다. 불완전판매만으로는 이를 인정받기 어렵다. 자신도 모르게 가입이 되거나 하는 특수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에서도 금감원이 제시한 자율배상안을 존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금감원은 원만한 자율조정 절차를 위해 13일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했고 14일 결과를 발표한다. 분조위는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엔에이치(NH)농협·에스시(SC)제일 등 주요 판매 은행 5곳의 홍콩 이엘에스 대표 사례를 추출해 배상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이다. 분조위 결과도 단체소송 참여 움직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자율조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여러 은행은 홍콩 이엘에스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가 본인 계좌를 영업점에서 조회할 경우, 해당 계좌의 배상 비율 산정 내역이 나타나도록 하는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신속하게 대규모 배상을 진행하기 위한 과정이다. 은행들은 영업점에서 해당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거나, 적용을 앞두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돼 은행과 투자자가 대립하는 것보다, 가능하면 사적화해로 원만하게 해결되는 상황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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