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2000명 증원' 정부근거 분석한 의료계…"어디서도 없어"(종합)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00명 증원 근거 논의된 바 없어…기자회견서 언급"

"1만명 5년간 늘리기…1만 나누기 5는 2천 생각한 듯"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도 논의 없이 추진…졸속행정"

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종일 서울의대교수협의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정부답변 검증 결과 요약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5.13. 20hwan@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이번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의료계가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내세운 각종 자료들을 검증한 결과 "의대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논의된 바 없고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지하 1층에서 열린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지난주 과학성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9일부터 의대정원 근거가 된 3개 보고서를 포함해 자료 검증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 보건정책 등 전문가 약 20명이 참여했고,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국민들께 떳떳하게 공개하기로 했다"면서 "실제 자료들을 검증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주장은 기존 3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한 것 밖에 없었고, A4용지 3문장이면 끝나는 근거가 다였다"면서 "재판부가 석명으로 요청한 용역연구도 전무했고, 정부가 많은 회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의대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논의된 바 없고 보정심(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끝난 직후 기자회견서 유일하게 언급됐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확인했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면서 "불합리한 정책 추진을 백지화하고 의사를 포함한 보건인력을 과학적으로 추계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연구를 진행하고 일본과 외국의 사례와 같이 모든 논의 과정과 결과는 국민들께 투명하게 공개해 국가 보건의료의 새 틀을 짜 달라"면서 "국가의 대계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치열한 논쟁과 토의를 거쳐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일 서울대의대교수협의회 회장은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면서 "3대 보고서가 의대 2000명 증원 근거의 가장 중심인데 3대 보고서조차 2000명을 증원하겠다는 정책의 근거로 인용되기엔 매우 부적합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대 보고서 다 이해충돌의 가능성 가지고 제안됐고, 3명의 저자 모두 다양한 가정을 얘기했을 뿐 본인의 보고서가 2000명 증원 근거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정부는 마치 이분들이 2000명 증원을 주장한 것처럼 무리하게 인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계 연구는 가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굉장히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전문가들은 필수적인 경제적 요소, 의사인력 근무일수, 생산성 등과 같은 요소들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알렸다.

김 회장은 "판사가 '최초 2000명 증원을 결정한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2000명을 결정한 어떤 회의록도 못 찾았다"면서 "유일하게 드는 생각은 1만 명을 5년 간 늘리려면 1만 나누기 5는 2000명이다(라고 결정한 것 같다). 굉장히 과학적이고 수학적"이라고 비판했다.

의대 2000명 증원과 증원분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위법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일 회장은 "정원을 늘리려면 보건의료 발전 계획이 선행돼야 하는데 수립된 바가 없었다"면서 "또 배정도 규정상 물적·인적 요건을 다 반영해 결정하게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의대인증 평가를 의뢰한 증거가 전혀 없고, 서면 검토나 비대면 간담회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보통 의학 교육 평가 인증은 의대 인증 평가 교육을 철저히 받은 전문가들이 적어도 사흘 이상 해당 대학에 상주하면서 평가한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현장 실사도 전국 40개 의대 중 14곳만 했으며 이들 대학을 어떻게 골랐는지 정확한 근거가 없고, 한 번에 70% 가까이 증원을 추진하는데 (실사를)하루 또는 반일 만에 했다"고도 했다.

의대 2000명 증원에 따른 구체적인 예산 계획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종일 서울의대교수협의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정부답변 검증 결과 요약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5.13. 20hwan@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의사 인력 양성에 들어가는 연간 비용 2조7175억원으로 우리나라는 상당수 대학이나 병원이 부담한다"면서 "2000명 증원 시 연간 1조8000억을 추가 투입해야 하고, 예과 시기에는 연간 300억, 본과 시기에는 연간 600억이 필요하지만 예산 계획이 전혀 없어 부실 교육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가 물적·교육여건 확보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영국, 일본처럼 단계적 점진적 증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복지부가 지난 2월6일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직전 개최해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한 ‘보정심' 을 두고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종일 회장은 "정부가 굉장히 오랜시간 많은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거친 것으로 포장했지만 실체가 하나도 없다"면서 "2천명 증원을 결정한 회의록이 없고, 보정심은 2천명 결정을 통보하기 위한 회의였지, 몇 명이 필요한지 결정하는 회의는 전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김창수 회장은 "지난 2월6일 보정심 회의는 2시부터 3시까지 진행됐고, 정부 보도자료는 3시3분에 배포됐지만 이미 일부 신문사에선 2시간 전에 정부가 2천명 정원 확정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면서 "도대체 보정심 회의는 무엇을 위한 회의냐, 단순한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곳이냐, 이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의대 증원 관련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정부가 지난 10일 "의대 2000명 증원과 대학별 정원 배분의 근거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법원의 요구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자료 47건과 별도 참고자료 2건 등을 대중에 공개했다.

이 변호사는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국민께 철석같이 약속했던 의대정원배정위원회(배정위) 회의록, 참석자가 의대교수인지, 공무원의 소속이 어디인지조차 제출하지 않는 기망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2000명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외부"에서 누군가가 결정한 숫자이고, 이를 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요식 절차만 거쳤다"고 했다.

이날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는 최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전공의 수련 체계 개편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전문과목학회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의료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설익은 수련체계 개편안이 무분별하게 발표된 것에 대해 깊은 우려 표한다"면서 "의대 정원에 이어 전공의 수련체계마저 졸속 행정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선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6개 전문과목학회와 전공의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마치 군사 작전하듯 수련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수련을 담당하지도 않는 비전문가들이 모여 수련체계 개편을 발표하는 것은 의료개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수험생·의대생·전공의·의대교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며 보건복지부 조규홍·교육부 이주호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정을 이번주 내릴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