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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정준모의 미술마을 正舌] 미술관·박물관 입장료,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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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플레이션

올해 초 미술관 박물관의 입장료 인상이 줄을 이었다. ‘티켓 플레이션’(Thicketflation)이란 말은 줄을 잇는 입장료 인상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이제 뉴욕을 대표하는 뉴욕근대미술관(MoMA)의 입장료는 성인 25달러(약 3만4000원)에서 30달러(약 4만1000원)로 올랐다. 휘트니(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구겐하임(Solomon R. Guggenheim Museum)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도 뒤를 이었다. 이후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이 32달러(약 4만3000원)로 인상해 미국에서 가장 비싼 미술관이 됐다.

이런 현상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는 박물관법 제7조에 ‘입장료는 가능한 한 많은 대중이 접근할 수 있도록 책정돼야 한다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1992년 행정부에 속하지만, 운영과 재정관리가 자율적인 공공행정기관으로 변모해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루브르의 운영 주체인 루브르 공공기관(l’Établissement public du musée du Louvre, EPML)은 2017년 이후 7년 만인 2024년부터 입장료를 17유로(약 2만4000원)에서 22유로(약 3만1000원)로 약 29%로 인상했다. 피카소 미술관은 1유로 올려 14유로(약 2만원), 베르사유 궁전은 1.5유로 올린 28.5유로(약 4만2000원), 로댕 미술관은 2유로 올라 14유로가 됐다.

입장료를 인상한 미술관 박물관은 대개 국가나 지방정부의 세금으로 지원을 받기보다는 민간의 기부금이나 입장료에 의존하는 미국 미술관이 앞장섰다. 이들 미술관은 코로나19로 인해 민간의 기부금이 보건 의료 쪽으로 쏠리면서 기부금이 줄었고, 관람객도 대폭 줄면서 재정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팬데믹 이후 물가가 상승하면서 소장품을 유지, 보존하고, 시설관리 유지와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압박을 받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미국에도 입장료가 무료인 미술관 박물관도 있다. 19개의 박물관, 21개의 도서관, 9곳의 연구소, 동물원 등을 관리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 Institution)이 대표적인 기관이다.

스미스소니언은 미국 의회의 예산을 지원받는 연방 정부 기관이다. 6000여 명의 직원 중 2/3가 연방 공무원 신분이며, 연방대법원장이 이사회 의장을 당연직으로 맡고, 이사회에 상 하원 의원이 각각 3명씩 있지만, 미국 정부로부터 독립된 신탁 기관 즉 법인이다.

따라서, 스미스소니언은 ‘모든 사람의 교육 증진과 지식의 확산’을 기관의 설립목적 이런 목적을 달성하고자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의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전시하며, 대중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는 원칙을 준수하는 미국 국민의 공공 자원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무료를 원칙으로 한다. 민간 기부금이 중요 운영 재원인 미국의 미술관 박물관 중에는 로스앤젤레스의 게티 센터(The Getty Center)나 브로드 미술관(The Broad)도 무료다.

대표적인 입장료 무료 국가인 영국의 경우 런던의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테이트 모던(Tate Modern)과 테이트 브리튼(Tater Britain),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V/A, Victoria and Albert Museum)등 대부분의 미술관 박물관이 무료다.

2001년 노동당 정부가 집권하면서 도입한 무료입장 정책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워낙 약탈유물이 많아 소장한 탓에 무료라는 설도 있지만, 실제 정책 목적은 모든 사회 계층이 국가의 문화적 유산을 보고 감상할 기회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입장료 무료 정책은 미술관 박물관의 예산부족 문제로 이어졌다. 정부가 미술관 박물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모든 예산을 100% 지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브렉시트(Brexit) 이후 영국의 경제가 나빠지면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많은 지역의 미술관 박물관들이 재정난을 호소하고 소장품을 판매해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간혹 간과하기 쉬운 미술관과 박물관의 문화유산 수집과 보존 그리고 전달이라는 가장 중요 기능을 생각해 재정적으로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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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냐?, 유료냐?

사실 미술관 박물관의 입장료의 유무에 관한 논쟁은 끝나지 않는 화두이다. 지금도 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해서 감상의 기회와 폭을 넓히자는 의견과 최소한의 질을 유지하면서, 폭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여전하다. 그런데 문제는 둘의 의견이 모두 매우 논리적이며 타당해 보인다는 점이다.

우선 무료입장을 주장하는 이들은 첫째 모든 사람 즉 국내외인 모두가 문화와 예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것을 중요한 사회적 가치라는 접근성과 형평성을 강조한다. 특히 무료입장은 경제적 이유로 미술관 박물관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벽을 제거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말한다. 두 번째 미술관 박물관은 공공재로, 중요한 교육적 자원이란 것이다. 특히 어린이와 학생에게 다양한 학문 분야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 번째 미술관과 박물관은 비영리를 전제로 한 영속적인 공공의 기관으로, 이들 기관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미술관과 박물관은 중앙 및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그들의 컬렉션과 전시는 공공의 자산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네 번째 무료입장은 방문객 수를 증가시켜 미술관 박물관의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에 참여를 높임으로써 기관의 설립목적과 목표, 임무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입장료가 너무 높거나 정당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 때때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결국 접근권의 평등으로 귀결된다.

이에 반해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첫째 미술관 박물관의 입장료가 평균 미술관 박물관의 연간 필요한 지출예산의 약 5%에 불과하지만, 입장료 수입은 시설의 유지 및 개선, 새로운 소장품의 구입과 전시를 포함한 교육프로그램에 투입해 기관의 설립목적과 목표를 충실하게 수행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다 나은 프로그램의 제공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두 번째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입장료는 방문객에게 미술관 박물관 경험에 대한 가치와 감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입장료를 낸 방문객은 더 깊이 보고 감상하며 스스로 성찰하는 진지한 감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술관 박물관의 입장료는 정부나 지방정부의 공적 지원을 줄여 지역 사회에 더 많은 세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서 사회적 약자를 돕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이런 유·무료 논쟁 중에 나온 대안 중 하나는 ‘기부입장료’(Donation Fee) 제도다. 이는 ‘관람객이 원하는 만큼’만 입장료를 내라는 뜻이다. 사람에 따라 1원만 내고 구경하겠다면 그것도 가능하다. 관객 스스로 입장료를 정하라는 것인데 이것 또한 방문객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이 내는 것은 싫지만, 남보다 적게 내는 것도 속 보이는 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간파한 미술관 박물관은 ‘권장 입장료’(Suggested Donation)를 제시하기도 한다. 하나 ‘권장’을 꼭 따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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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는 없다?

사실 이들 주장은 영원히 결론을 낼 수 없는 난제다. 입장료를 둘러싼 두 가지 주장은 사실은 모두 논리적으로 모순되고 실제로도 틀린 주장임이 입증됐다. 입장료를 부과할 경우 부유한 사람만 오거나 가난한 이들이 오지 못해 관람객이 감소할 것이라고 했지만 입장료를 올린 미술관 박물관의 입장객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또 많은 이들이 미술관 박물관의 입장을 무료로 할 경우 방문객이 늘 것이라 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물론 일부 미술관 박물관의 경우 소외된 관객의 참여를 위해 무료 또는 기부입장료 제도를 통해 관객이 증가한 사례도 보고된다. 사실 입장료를 둘러싼 이런 주장은 저소득층도 미술관 박물관의 입장료보다 높은 가격인 영화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스트리밍 구독권을 구매한다거나 영화관이나 기타 놀이동산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과도한 주장이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입장료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본인이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꺼이 입장료를 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전적으로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는 실질적으로 무료인 미술관 박물관은 없다. 대부분 미술관 박물관은 자체 소장품으로 꾸리는 상설전시(Permanent Exhibition)는 무료로 운영하지만, 모든 기획전시(Temporary Exhibition)와 특별전시(Special Exhibition)는 입장료를 받는다. 이는 무료 입장을 고수하는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대부분 미술관 박물관이 정부로부터 예산을 90%이상 지원받지만, 독립적인 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비 부처 공공기관’(Non Departmental Public Bodies: NDPB)이다. 하지만 예산을 보조하는 다양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 운영한다.

즉 세상의 거의 모든 미술관과 박물관은 새로운 소장품의 인수, 보존, 유지 관리, 직원 급여 및 특별 전시회 비용이 예산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대부분 운영자금의 대부분이 국가 또는 지방정부에서 나오지만, 그 부족분을 메꾸기 위해 입장료 징수는 물론 민간 기부와 후원금, 기념품 가게, 서점 및 기타 장소임대, 케이터링(Catering) 등의 사업을 병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세상에 실제 입장료가 공짜인 미술관과 박물관은 없다. 공짜처럼 느끼게 하는 착시현상만 있을 뿐이다.

아주경제=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ba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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