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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지구 한쪽에선 전쟁하는데…‘디지털 단두대’ 낳은 ‘멧 갈라’의 화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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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래퍼 카디비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멧 갈라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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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행사 ‘멧 갈라’를 기점으로 가자지구 참상에 침묵한 미 유명 연예인을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최근 개최된 ‘멧 갈라’ 이후 유명 연예인들을 차단하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과 화려한 패션 행사가 대조되며, 가자지구를 외면한 채 멧 갈라에 참석한 유명인들에게 비판이 가해지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과 ‘단두대(기요틴)’을 합성한 ‘디지털 단두대(디요틴)’란 용어로 확산했다.

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처럼 디지털 단두대에 오른 유명인에는 셀레나 고메즈, 드레이크, 저스틴 비버, 젠데이아, 카다시안 가족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유명 모델 헤일리 칼릴은 프랑스대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이라고 전해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해”(Let them eat cake)라는 말을 립싱크하는 동영상을 올리며 분노를 키웠다. 해당 동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멧 갈라는 미국판 보그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매년 주최하는 자선 패션 행사로, 올해는 지난 6일 열렸다.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이스라엘이 피란민이 집결된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군사 작전을 발표한 때와 맞물려 비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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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베컴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멧 갈라에 등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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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단두대 운동을 시작한 소셜미디어 제작자 ‘레이디프롬더아웃사이드’는 “도움이 절실한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이 가진 어떤 것도 쓰지 않는 유명인과 인플루언서, 부유한 사교계 인사들을 차단할 때”라며 “우리가 그들에게 준 플랫폼과 조회 수, 좋아요, 댓글, 돈을 빼앗을 때”라고 밝혔다.

한 엑스 이용자는 “같은 지구인데, 전혀 다른 세상”이라며 멧 갈라에 참석한 연예인들과 가자지구에 폭격이 떨어지는 장면을 교차한 영상을 올렸다. 또 다른 틱톡 이용자 역시 “보통 사람들에게 세상이란 유명인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것을 받아들여 줄 정도로 안정적이지도 평화롭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SNS 분석업체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차단 목록에 오른 많은 유명인은 디지털 단두대가 시작된 이후 하루 평균 팔로워 수만~수십만명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멧 갈라 전까지 칼릴의 팔로워는 1000만명 이상이었으나 이후 990만명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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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멧 갈라가 열린 지난 6일(현지시간) 경찰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서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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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매체 NPR은 “유명인들의 (가자지구에 대한) 침묵을 보이콧하라는 요청은 수개월 동안 천천히 진행됐다. 그러나 특권과 부를 무자비하게 과시한 사건(멧 갈라)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라파 탈출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나며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디지털 단두대의 목적은 유명인들의 광고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막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게끔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가자지구 전쟁에 침묵을 지킨 연예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 자체로 목적이 변질돼선 안된단 우려도 나온다고 NPR은 전했다.

SNS 마케팅 업체 ‘마이티 조이’의 에릭 더한 대표는 “유명인을 차단한다고 해서 그가 광고에 등장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광고가 그의 계정을 통해 실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이들은 채널을 여럿 보유하기 때문”이라고 NPR에 밝혔다. 다만 마커스 콜린스 미시간대 교수는 “변화를 가져오는 일을 하도록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무언가를 했다는 느낌은 소속감을 제공한다. 그러한 행동을 하는 이들에겐 (차단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멧 갈라가 열린 뉴욕에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들이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라파”나 “가자지구”를 외쳤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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