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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KDI "곧 실질구매력 개선…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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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대비 소득 상대가격, -4.3%→+0.1~0.8%…반도체 가격 급등 영향"

"단기 거시정책,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 교란해 금리 인하 지체시켜"

뉴스1

9일 경기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2024.5.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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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향후 국내 실질구매력이 개선되며 소비 부진이 완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기 민간소비 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거시정책의 필요성이 적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정규철 KDI 선임연구위원과 마창석 연구위원은 13일 '고물가와 소비 부진: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 제하의 현안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1년 발생한 명목국내총생산(GDP)과 명목민간소비 간 격차는 2023년 거의 해소됐지만, 실질GDP와 실질민간소비 간 격차는 여전히 축소되지 않고 있다.

이는 2022년 이후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상승한 반면, GDP 디플레이터(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는 낮은 상승세를 보여, 소비 대비 소득의 상대가격(소비자물가를 GDP디플레이터로 나눈 값)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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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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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에 따르면 원유 등 수입품의 가격 상승은 소비 대비 소득의 상대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반도체 등 수출품의 가격 상승은 상대가격 상승 요인이 된다.

연구진은 2001년 2분기부터 2023년 4분기까지 기간을 설정하고 총수요압력을 제외한 모든 변수는 전년 동기 대비 로그차분을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2022년의 상대가격 하락은 국제유가 급등에, 2023년의 상대가격 하락은 반도체가격 급락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실질민간소비 여건을 가늠하고자 올해 상대가격 상승률을 전망했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2024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연간 6% 상승하고, 반도체 가격은 37% 상승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저위 시나리오에서는 국제유가가 2분기 이후 100달러를 지속하며 18% 상승하고, 반도체가격은 1분기의 수준이 유지되면서 22% 상승하는 것으로 정했다. 고위 시나리오에서는 국제유가가 2분기 이후 80달러 수준으로 안정되면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하고, 반도체가격은 연간 50%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시나리오 분석 결과, 올해에는 2022~2023년간 지속됐던 급격한 상대가격 하락 추세(누적 4.3%)가 0.1~0.8%의 완만한 상승 추세로 반전되면서 실질구매력을 증가시키고, 실질민간소비 여건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정학적 위험 등 향후 국제유가 흐름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반도체가격의 급등으로 상대가격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향후 실질경제성장률이 확대되는 가운데 상대가격도 상승함에 따라 실질민간소비 여건이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성장률은 2023년(1.4%)보다 높은 2%대 중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대부분의 전망기관에서 예상하고 있다"며 "올해엔 반도체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실질구매력이 상당폭 개선됨에 따라 민간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여력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 선임연구원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 소득은 더 늘어나는데, 반도체 가격이 소비자물가에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물가는 그대로다"라며 "내가 쓰는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인데, 내 소득금액이 커지면 소비여력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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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현 상황에서 민간소비 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거시정책의 필요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소비 부진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양책이 시급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러한 정책이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교란해 금리인하 정책이 지나치게 지체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간소비 흐름이 궁극적으로는 소득 흐름과 연동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경제 역동성을 강화해 소득창출 능력을 제고하는 구조개혁 정책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이를 실제 시행하게 되면 내수부양에 효과가 있겠지만, 지금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이때까지 물가를 잡기 위해 내수부진의 고통을 감내한 것이 오히려 다시 되돌아가는, 고물가로 돌아가는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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