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밸류업 성공조건]③주주 만나는 워런 버핏…주주환원 생색내는 한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CEO 직접 주총에서 주주와 소통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도 적극적

한국은 배당수익률 기대에 못 미쳐

편집자주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다. 상장사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페널티 없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에서는 세제 지원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 의심을 보인다. 과연 그럴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세제가 아니라 '상장사의 의지'라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일본과 유사하지만 배당 지급 비율은 일본보다 약 10% 낮다. 주주와 직접 만나는 미국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달리 한국 상장사는 형식적인 기업설명회(IR)를 갖는다. 상장사가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답해야 한다.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공시를 통해 주주와 약속할 차례다.
아시아경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헤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워런 버핏이 카트를 타고 등장했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총회는 주주들 사이에서 이벤트로 꼽힌다. '오마하의 현자'로 유명한 워런 버핏이 직접 주주와 소통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의 파트너 찰스 멍거 사망 후 홀로 치른 첫 주총이었다. 이 자리에서 워런 버핏은 애플 주식을 매도한 이유를 설명하고, 파라마운트 손실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 지난 2일(현지시간) 애플은 실적 발표 자리에서 11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밝혔다. 이는 작년 900억달러보다 22% 많은 것으로, 그동안 애플이 실시한 자사주 매입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애플은 배당금 규모도 주당 24센트에서 1센트 올린 25센트로 인상했다. 시장은 바로 화답했다. 애플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6.4% 상승했다.

배당정책 일관성·지속성 필요…자사주 소각은 기업에도 유리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또 다른 성공 조건으로 단연 주주환원이 꼽힌다. 대표적인 주주환원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다. 주주 입장에서 주주환원 매력도는 배당소득(배당수익률)이 커질수록 높아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의 배당수익률은 2.0%로 나타났다. 선진국 평균(1.9%)보다 소폭 높았지만, 신흥국(2.7%)보다 현저히 낮다. 선진국 가운데 영국 3.8%, 프랑스 2.8% 등 유럽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당정책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가 분석한 '한국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보고서를 보면 코스피200 기업 중 배당정책을 명확하게 밝힌 상장사는 55%(110개사)에 불과했다. 반면 닛케이225 기업의 경우 76%(170개사)가 정량화된 배당정책을 갖고 있다. 또 코스피200 기업 중 배당금 규모를 유지한 기업은 18%(35개사)에 불과했다. 지난 10년 동안(2014~2023) 배당금을 세 번 이상 축소한 기업은 39%(78개사)에 달했다.

알렉스 에드먼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상장사가 배당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배당을 축소할 경우 경영난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평균 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이나 배당 여력이 없는 기업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평균적으로 기업가치를 12%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과 달리 매년 자사주 매입 규모를 달리 시행해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국 상장사, 주주와 소통하는 기업 돼야
아시아경제

버크셔 해서웨이 2024년 연례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에게 질문하는 주주(사진=CNBC 유튜브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상장사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기업설명회(IR)이다. 미국 기업과 큰 차이를 보이는 점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주주와 '소통'만 잘해도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주주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는 주주총회에서 드러난다.

미국 기업은 CEO가 직접 참석해 한 해 성과를 공유하고, 경영 전략을 설명한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좋은 예다. 워런 버핏 등 최고경영진이 참석해 주주와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주총 전후로 마라톤, 쇼핑 등 부대행사가 함께 진행돼 마치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빚어낸다. 이로 인해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를 두고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이라고 부른다. 테슬라, 애플 등 주요 기업도 일론 머스크와 팀 쿡 등 CEO가 등장해 주주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주총회 때 이사회나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한 사모운용사 대표이사는 "우리나라의 대주주는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인식이 없다"며 "한국은 기관투자자, 증권사 연구원만 소규모로 초청해 IR 행사를 진행하는데, 이는 주주와 소통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주들은 IR 정보를 알 수 없고, IR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 상장사가 주주와 양방향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일본판 밸류업을 진행하면서 상장사에 주주와 소통할 것을 강조했다. 그 결과 일본의 상장사들은 주주세미나를 따로 개최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주주제안을 받고, 답변도 공시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자회사 물적분할 등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라며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주와 양방향 소통이 필수다"라고 지적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