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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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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원 무기 도착 전에…우크라 전선 넓힌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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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부 하르키우 대규모 공격

러 “30개 마을 공격, 9곳 점령”

조선일보

11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의 한 주택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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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공세를 강화해 온 러시아가 이번엔 북동부 하르키우 방면으로 대규모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하르키우시(市)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이자 중공업이 밀집된 산업 중심지로, 2022년 2월 개전 직후 러시아군에 빼앗겼다가 그해 9월 어렵사리 수복한 전략적 요충지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을 동부와 북부 전선 전역에서 몰아붙이고 있다”며 이번 공세 결과가 향후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군은 10일 새벽 우크라이나 북쪽 하르키우주(州) 보우찬스크와 흘리보케 인근 접경지에 기계화 보병 여단을 전격 투입, 하르키우시 방면으로 진격했다. 키이우 포스트 등 현지 매체들은 “전날 밤부터 주도(州都) 하르키우시와 인근 지역에 로켓과 미사일, 박격포, 무인기를 이용한 무차별 공습이 벌어졌다”며 “이후 이날 오전 5시쯤부터 집중 포격이 시작됐고, 이어 장갑차 부대가 대거 국경을 넘어 진격해 왔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후 12일까지 사흘 연속 공격을 퍼부었다. 하르키우 주 당국은 이날 “지난 하루 동안 30여 마을이 공격을 받았다”며 “접경지 거주민을 모두 대피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몇몇 지역을 넘겨주고 ‘작전상 후퇴’를 한 상황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12일 브리핑에서 “하르키우주의 마을 아홉 곳을 ‘해방(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진격 거리는 2~5㎞ 정도로, 하르키우시의 약 20㎞ 근방까지 접근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일단 추가 병력을 급파,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는 데 나섰다. 러시아 군사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러시아군도 대규모 병력 손실을 우려해 추가 진격은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적의 전진은 저지됐고, (공격을) 성공적으로 격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러시아는 최근 수개월간 하르키우 지역 공습을 계속해왔다. 이로 인해 하르키우를 노린 지상군의 공격 가능성도 예견돼 온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의 공세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하르키우에서 물러난 이후 벌인 공격 중 가장 강력했다”며 “우크라이나에는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군이 침공 초기 점령했던 하르키우 지역을 되찾으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가 더 큰 규모의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무너뜨리기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병력이 여러 전선으로 분산되는 상황을 노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면 취약해진 모든 지역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동부 도네츠크의 요충지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한 데 이어, 최근 동부 전선 장악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달 말 지원이 재개된 미국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기 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을 가능한 한 많이 소진시키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NYT는 미군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의 이번 공격은 전면 압박보다 상황을 가늠하려는 ‘시험’에 가깝다”며 “다만 전선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러시아가 향후 몇 주 동안 더 전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미국의 지원이 도착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버텨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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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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