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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단독] "속도보다 방향"… SK, 사업재편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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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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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든 데스(돌연사)'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SK그룹이 사업 재편 속도 조절에 나선다. 계열사 사업을 재점검하고 경영 전략을 새로 수립하기 위해 연초 출범한 주요 태스크포스(TF) 활동을 상당 기간 연장해 속도보다는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는 데 방점을 찍을 방침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월 SK가 출범시킨 '그린TF'는 상반기 중 로드맵을 발표하고 마무리하려던 기존 계획을 수정해 하반기까지 활동을 연장하기로 했다. 그린TF는 친환경 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등 SK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각종 '그린 사업'들을 프로젝트·계열사별로 철저히 점검하고 청사진을 다시 그리기 위해 결성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환경사업위원장으로 TF를 이끄는 장용호 SK(주) 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을 뿐 아니라 계열사별로 핵심 인력이 파견돼 총 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SK그룹은 연초부터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그린 에너지 등 핵심 사업의 실적과 투자 성과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경영 리밸런싱을 추진하기 위해 그린TF 등 TF 4개를 출범시켰다. 이와 더불어 계열사별로 경영 전략과 투자 프로젝트 단위의 TF를 출범해 현재 전 사적으로 TF가 수십 개 가동되고 있다. 이 중 그린TF는 SK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일찌감치 낙점해둔 그린 포트폴리오 전반을 담당하는 핵심 TF다. 그린TF는 애초 상반기에 활동을 마칠 계획이었다. 오는 6월 말께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그룹사 최고경영진이 한데 모여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확대경영회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확대경영회의 이전에 그린 사업 전반에 걸친 전략 수립을 끝마쳐 경영진 의사 결정의 밑그림을 그려두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TF 파견 직원들은 활동 기간 연장 등을 통보받고 파견 기간을 늘리기 위해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TF 특성상 처음 시작할 때 특정 기한을 정해놓고 출범한 것은 아니다"면서 "동시에 여러 개의 TF가 돌아가고 있어 프로젝트별로 일정이 다르고 하반기에도 활동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TF 활동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은 시계제로의 위기 상황에서 특정 시기에 맞춰 결과를 도출하기보다는 충분한 숙의를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들어 전기차·배터리 산업 부진이 SK의 그린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뿐 아니라 우선순위 설정이라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 4월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서 "환경 변화를 미리 읽고 계획을 정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렇지 못한 영역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선명한 목표와 구체적 계획을 세워 치열하게 실행하면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TF 활동 연장은 최근 힘이 실리고 있던 조기 사업 재편·인사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상반기 TF 활동이 종료될 경우 확대경영회의에서 도출된 경영 전략을 바탕으로 이르면 오는 7월께 일부 계열사 사장 교체 등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TF 활동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는 만큼 주요 결정이 더욱 신중해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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