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美 지원 도착 전 최대 압박?…러軍, 사흘째 하르키우에 총공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제2 도시 하르키우를 향해 사흘째 대대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러시아군은 미국의 추가 지원이 도착하기 앞서 병력·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군을 최대한 압박하며 진격을 가속하는 모양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12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하르키우 지역에서 총 4073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시네후보우 주지사는 국경 지역에서 63세 노인이 포격에 사망하고 38세 남성이 다치는 등 민간 피해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하르키우의 하티셰, 크라스네, 모로호베츠, 올리니이코베 등 4개 마을을 추가로 점령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플레테니우카·오헤르체베·보리시우카·필나·스트릴레차 등 5곳을 점령했다고 주장했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텔레그램에서 "상황이 어렵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방어선과 위치를 지키고 적에 피해를 주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 볼칸스 외곽에서 한 시민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 10일 오전 5시 전투기와 포병·보병·기갑부대를 총동원해 60㎞에 달하는 하르키우 인근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개시했다. 러시아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기 취임식(5월 7일)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인 전승절(5월 9일)이 지나자마자 지난 2022년 9월 우크라이나 반격에 퇴각했던 이 지역에서 다시 공세로 전환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하르키우 방어력 강화를 위해 예비군을 배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새로운 방향으로 공격을 시작했다”며 “하르키우에 병력을 추가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동부 전선에 집중하던 러시아가 하르키우가 있는 동북부에서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의 한 대피소에 있는 마을 주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 동부 전선 승기 잡기 위한 교란술 가능성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번 하르키우 공세가 동부 전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벌인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10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다른 지역으로 진격하기 위해 가뜩이나 병력과 자원이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을 하르키우쪽으로 흩어놓으려는 교란술을 펼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주의 케라미크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의 목적이 러시아 영토 방어를 위한 ‘완충지대’ 구축에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푸틴은 지난 3월 5선을 확정한 뒤 자국 영토를 보호할 ‘완충지대’를 우크라이나 내에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는 러시아가 하르키우에 완충지대를 만들기 위해 최대 10㎞까지 진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ISW 등은 러시아군이 이미 우크라이나군의 정교한 방어 시설이 구축된 하르키우로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러시아가 향후 몇 주간 (동북쪽에서) 더 전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큰 돌파는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차차 미국 지원이 유입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격을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벨고로드에 대한 공습에 나섰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텔레그램에서 "지난밤 러시아 벨고로드주에서 우크라이나의 토치카-U 미사일 2기를 파괴했고 브랸스크·리페츠크·볼고그라드주에서 총 6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볼고그라드주에서 격추된 드론 1대는 정유공장 화재로 이어졌다. 화재는 곧바로 진압됐고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고그라드에는 러시아 제2 석유기업 루크오일이 소유한 러시아 남서부 최대 석유 공장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강화해왔으며 특히 에너지 시설을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다.

중앙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美, 우크라에 4억달러 추가 무기 지원



한편 미국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포함해 스팅어 대공 미사일, 브래들리 장갑차,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S·하이마스) 등 4억 달러(약 5478억원) 규모의 무기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미국은 지난달 27일에도 패트리엇 미사일 등 총 60억 달러(약 8조20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 러시아가 북한에서 공급받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지난 3월에는 사거리 300㎞의 신형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제공하기도 했다. 미국과 서방국들은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 우크라이나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회견에서 관련 예산 처리 지연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원 속도에 차질이 빚어진 점을 지적하고 향후 지원 속도를 높이겠다고 확인한 바 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