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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정부, ‘의대 2000명 증원’ 근거 법원에 제출…‘원고 적격성’ 여전히 중요한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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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심의안건과 회의록 등 49건 자료 법원에 제출

재판부 이번 주 결론 예정, 인용 시 정부 정책 영향

경향신문

비수도권 의과대학 학생 대표 등 의대생들이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각 대학 총장 등을 상대로 ‘의대 입학 전형 시행 계획 변경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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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등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을 증원한 조치의 집행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과가 이번 주 중 나올 전망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결정에 대한 근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2심 역시 ‘원고(신청인) 적격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법조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안건 및 회의록,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등 자료 47건과 별도 참고자료 2건 등 총 49건을 법원에 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가 지난달 30일 의대생 등이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리에서 정부 측에 요구한 정원 증원 근거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의대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을 대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의대 교수협의회) 측은 그간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그들이 원고 적격성이 있다면서 절차상의 문제, 교육의 질 하락 우려 등을 중점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적격성이 없다며 각하 결정했다. 원고 적격성은 처분을 받게 되는 당사자가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한다. 교육부 장관의 조치에 따른 입학정원 결정의 대상이 ‘대학의 장’이기 때문에, 의대교수는 물론 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은 처분의 상대방(당사자)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각하 이유였다.

행정소송법 제12조는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도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되면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낼 수 있는데, 이때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은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의대 교수협의회가 서울행정법원에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8건 중 7건이 원고 적격성 때문에 각하됐다. 나머지 1건은 지난 7일 심문이 이뤄졌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원고 적격성 변수에도 재판부가 자료 제출 요청한 배경?


그런데 2심 재판부가 정부에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를 내라고 한 것은 원고 입장에선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원고 적격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심리할 필요가 없겠지만 재판부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다만 재판부가 원고 적격성 인정을 전제로 자료를 내라고 한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심문에서 정부에 원고 적격에 대한 의견을 함께 요청했다. 재판부는 “만약 국가의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해 원고 적격이 인정되는 사람이 전혀 없다면 국가 행위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이 된다”며 “정부 입장이 이러한 취지인지 밝히고, 관련해 원고 적격이 있을 수 있는 사람들에 관해 의견을 밝혀달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의 근거와 관계없이 2심에서도 원고 적격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여 질 수 없다. 여전히 원고 적격성 판단이 이 사건에서 중요한 변수인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적법 요건을 통과하지 못하면 결론은 각하될 수 있다”며 “다만 재판부가 원고 적격이 불확실하거나 애매하다고 판단할 경우 결정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가 원고 적격성 판단 변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더 살펴보려는 의지를 드러낸 건 실제 집행정지가 발동됐을 때 발생하는 피해가 돌이킬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이후 의대 증원처분 취소 본안 소송에서 정부의 판단이 문제가 있다는 결정이 나오면, 그 피해는 누가 구제해줄 수 있느냐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집행정지 사건에서 중요한 건 인용 혹은 기각했을 때 불이익이 있는지 여부”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사후에 법원이 정부의 판단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손해에 따른 피해 구제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재판부가 원고 적격의 문제를 폭넓게 보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재판부 결론은 이번 주 안에 나올 전망이다. 만약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정부 정책은 멈출 수밖에 없다. 본안은 아직 심문기일도 잡히지 않았다. 각하 혹은 기각되더라도 1심에서 각하된 다른 7건에 대한 항고가 제기돼 있어 소송이 계속될 전망이다.


☞ 법원 “정부, 5월 중순 법원 결정까지 ‘의대 증원’ 최종 승인 보류해야” 권고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4301939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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