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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여행 갔더니 숙소가 없다?" 고객 바보 만드는 숙박앱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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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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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놀자·여기어때·부킹닷컴…. 숙박앱은 이제 관광산업에서 빼려야 뺄 수 없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숙소 예약은 물론이고 비행기 티켓, 레저시설까지 관광산업 전반을 아우르고 있어서입니다. 이제 여행계획을 세우려면 숙박앱부터 들여다보는 게 일상이 됐죠.

# 문제는 숙박앱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부작용도 커졌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들의 환불 요청은 거절당하기 일쑤입니다. 중복예약된 탓에 어렵게 잡은 숙소를 이용하지 못하는 피해 사례도 숱합니다.

# '광고의 결과물인지 진짜 좋은 건지' 알 수 없는 숙박앱의 검색 결과도 이젠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더스쿠프가 잘나가는 숙박앱의 그림자를 취재했습니다. 視리즈 '숙박앱의 두 얼굴' 1편입니다.

여행을 계획할 때 여러분은 무엇부터 살펴보시나요? 해외여행이든 국내여행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숙박앱'부터 들여다볼 겁니다. 야놀자·여기어때·부킹닷컴 등 종류도 적지 않고, 장점도 많으니까요. 국내외 수많은 숙박시설 정보를 한데 모아놨으니, 가격 비교는 물론이고 침대 사이즈부터 와이파이 유무까지 객실의 모든 정보를 상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남긴 생생한 이용 후기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숙박앱의 강점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폰 터치 몇번이면 이런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으니, 소비자가 숙박앱을 적극 활용할 만합니다.

아이러니한 일이긴 합니다만, 소비자가 숙박앱을 즐겨 쓰기 시작한 덴 코로나19 팬데믹도 한몫했습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숙박앱 등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해외 여행길이 막힌 탓에 국내 여행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도 어쩌면 숙박앱에 기회였습니다. 국내 여행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몇몇 숙박앱이 팬데믹 국면에서도 외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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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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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NICE평가정보원에 따르면 야놀자의 매출은 2020년 1915억원에서 지난해 3753억원으로 4년 새 95.9%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59억원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321억원을 기록했죠.

이용자 수도 무척 많습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3월 야놀자의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는 321만명으로 2위인 여기어때(301만명)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숙박앱이 진화를 거듭한 것도 소비자의 주목을 받는 이유입니다. 요즘은 숙박앱이 숙소만 잡아주는 게 아니라 비행기 표와 인근 레저시설의 예약까지 돕습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여행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온라인 여행사(Online Tra vel Agency·OTA)'라고 부르는데, 여기엔 야놀자 등 숙박앱도 많습니다.

OTA 시장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OTA 시장 규모는 2017년 16조3970억원에서 2022년 19조1350억원으로 연평균 3.1% 성장했습니다. 전체 관광산업 유통채널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66.0%에서 2025년 72.0%로 커질 전망입니다.

그럼 OTA 업체의 면면을 살펴볼까요.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업체는 '인터파크'입니다. 23만개 사이트에서 포스팅 수를 집계한 결과, 총 20만3719건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는 인터파크를 2022년 4월에 인수한 '야놀자(16만4330건)'가 차지했습니다. 1위인 인터파크까지 자회사로 뒀으니 야놀자가 명실공히 업계 1위인 셈입니다. 이밖에 하나투어(10만1776건), 여기어때(9만7627건), 모두투어(6만7218건) 등이 OTA 업체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OTA로 거듭난 몇몇 숙박앱은 관광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습니다. 주목할 건 숙박앱 시장이 비대해지면서 고질병처럼 숨어있던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약간 오래된 자료이긴 합니다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숙박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4732건이었습니다.

그중 숙박앱 관련 신청 건수는 전체의 43.0%인 2053건을 차지했습니다. 3년 전인 2019년 337건보다 6배나 늘어난 건 더 큰 문제로 보입니다. 숙박앱이 가진 허점이 생각보다 더 크다는 방증이니까요.

■ 허점➊ 환불 거부 = 이 허점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소비자들이 숙박앱을 이용하면서 가장 빈번하게 피해를 보는 건 '환불 거부'입니다. 말 그대로 숙박업소가 특정한 이유를 들어 예약 취소를 거부하는 것인데, '예약한 객실 가격이 올랐다' '예약한 당일은 취소가 불가능하다' 등 이유도 갖가지입니다.

특히 해외 국가에서 숙박을 예약할 때 이런 피해가 자주 일어납니다. 2019~2022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 건수 9093건 중 63.9%가 '환불 지연·거부(5814건)'였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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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불법 소지가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법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르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예약 당일부터 7일 이내엔 철회가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숙박업소들은 자사 규정을 앞세우면서 교묘하게 환불을 거부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숙박업소가 앱마다 환불 규정을 다르게 적어놓은 탓에 소비자가 혼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호텔의 약관에 '체크인 기준 2일 전 예약 취소 시 100% 환불'이란 규정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런 규정이 A앱엔 '체크인 3일 전'으로, B앱엔 '4일 전' 등으로 다르게 적시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호텔 규정만 생각하고 2일 전에 예약 취소를 신청했다간 환불을 거부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같은 숙박업소라 하더라도 앱별로 환급 규정이 다를 수 있다"면서 "소비자가 직접 사전 확인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허점➋ 오버부킹 = 분명히 돈을 내고 예약했는데, 막상 숙소에 가보니 자리가 없는 '최악의 상황'을 겪는 소비자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건 '오버부킹(Overboo king)' 때문인데, 한 객실이 여러 숙박앱에서 동시에 예약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오버부킹을 겪었다는 소비자의 민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의 2023년 9월 조사에 따르면, 2023년 8월까지 접수된 오버부킹 관련 피해 건수는 1152건입니다. 2022년에 총 1428건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총 피해 건수는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오버부킹 문제가 발생하는 건 언급했듯 하나의 객실이 다수의 숙박앱에 노출돼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앱을 통해 소비자가 객실을 예약하면 숙박업소가 나머지 앱의 객실 상태를 '예약 마감'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소비자로선 오버부킹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숙박업소 직원이 예약 처리를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탓에 벌어지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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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부킹이 되면 최악의 경우 여행 일정을 완전히 망칠 수도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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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오버부킹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객실예약 관리를 자동으로 해주는 '채널 매니저(Channel management system·CMS)'를 사용하면 오버부킹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죠.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여러 숙박앱의 객실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형 호텔이나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 영세한 숙박업소들이 CMS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숙박앱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나친 광고도 소비자를 피로하게 만듭니다. 검색결과 상단을 가득 메운 광고들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역효과도 냅니다.

이렇게 숙박앱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숙박업소와 숙박앱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알 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대로 보고만 있어도 괜찮을까요? '숙박앱의 두 얼굴' 2편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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