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어르신 시대를 맞아 어르신의 삶도 더욱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 임기 내에 기초연금 지급 수준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습니다.”(5월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이나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초연금 월 40만원 지급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 2년 뒤 다시 못박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초연금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10만원씩 오르는 셈이 된다. 올해 33만원 수준인 기초연금액은 매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어 수년 내에 40만원을 넘어서게 되는데, 이 기간이 인위적으로 단축되며 국가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오른쪽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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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기초연금액은 단독가구 기준 33만4810원이다. 올해 1000만 노인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는 701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한 예산은 24조4000억원이다. 기초연금이 도입된 2014년 이후 10년 간 연금액은 67%, 수급자는 61%, 필요한 예산은 152%(기초연금은 2014년 7월 도입돼 2015년과 비교) 늘었다.
기초연금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은 2007년 국민연금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도입됐다. 2008년 단독가구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8만4000원씩 지급하기 시작해 10만원 안팎 수준을 유지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기초연금으로 확대되면서 단독가구 기준 월 20만원으로 뛰었고, 문재인 정부 들어 30만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기초연금액은 물가 상승을 반영해 매년 인상된다. 올해 연금액은 지난해 물가상승률(3.6%)만큼인 1만1630원 올랐다.
물가가 앞으로 연 3%씩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7년 뒤인 2031년에는 기초연금액이 월 41만원으로 오른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기초연금을 따로 인상하지 않아도 물가상승을 반영하는 것만으로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달 40만원 넘게 줄 수 있는 셈이다. 올해 33만원 수준인 기초연금액을 한 번에 40만원으로 높이면 노인 700만명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4조8000억원 추가되어 총 3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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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현재의 기초연금 제도는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년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에 “보다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납세자 부담 가중 없이 저소득 고령층에게 더 많은 기초연금액을 줄 수 있다”고 권고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진행한 국민연금 개혁은 무산됐지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선발한 시민대표단은 기초연금을 어떻게 개혁하는 게 좋을지도 한 달 간 숙의 기간 중 논의했다. 시민대표단은 1안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급여 수준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에 52.3%가 찬성했고, 2안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차등 급여로 하위 소득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에 45.7%가 찬성했다. 1안과 2안 찬성률 격차는 6.6%포인트로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이내다. 어느 한 쪽에 기울었다고 보기 어렵다.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에서 김수완 강남대 교수는 “(65세가 돼 새롭게 노인이 되는 세대의) 학력·소득·자산 수준이 높아지면서 노인 70% 선정 기준이 15년 전 68만원에서 지금은 그 3배인 213만원이 됐다”며 “빈곤한 분들에게 조금 더 많이 드릴 수 있는 기초연금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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