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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가만 놔둬도 40만원 되는데…세금으로 주는 기초연금, 부담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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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더욱 세심한 정책을 펼치겠습니다. 노후 소득을 지원하는 기초연금도 제 임기 내 40만원까지 인상이 목표입니다.”(5월 3일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 축사)

“1000만 어르신 시대를 맞아 어르신의 삶도 더욱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 임기 내에 기초연금 지급 수준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습니다.”(5월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이나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초연금 월 40만원 지급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 2년 뒤 다시 못박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초연금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10만원씩 오르는 셈이 된다. 올해 33만원 수준인 기초연금액은 매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어 수년 내에 40만원을 넘어서게 되는데, 이 기간이 인위적으로 단축되며 국가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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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오른쪽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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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기초연금액은 단독가구 기준 33만4810원이다. 올해 1000만 노인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는 701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한 예산은 24조4000억원이다. 기초연금이 도입된 2014년 이후 10년 간 연금액은 67%, 수급자는 61%, 필요한 예산은 152%(기초연금은 2014년 7월 도입돼 2015년과 비교) 늘었다.

기초연금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은 2007년 국민연금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도입됐다. 2008년 단독가구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8만4000원씩 지급하기 시작해 10만원 안팎 수준을 유지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기초연금으로 확대되면서 단독가구 기준 월 20만원으로 뛰었고, 문재인 정부 들어 30만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기초연금액은 물가 상승을 반영해 매년 인상된다. 올해 연금액은 지난해 물가상승률(3.6%)만큼인 1만1630원 올랐다.

물가가 앞으로 연 3%씩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7년 뒤인 2031년에는 기초연금액이 월 41만원으로 오른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기초연금을 따로 인상하지 않아도 물가상승을 반영하는 것만으로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달 40만원 넘게 줄 수 있는 셈이다. 올해 33만원 수준인 기초연금액을 한 번에 40만원으로 높이면 노인 700만명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4조8000억원 추가되어 총 3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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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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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현재의 기초연금 제도는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년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에 “보다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납세자 부담 가중 없이 저소득 고령층에게 더 많은 기초연금액을 줄 수 있다”고 권고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진행한 국민연금 개혁은 무산됐지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선발한 시민대표단은 기초연금을 어떻게 개혁하는 게 좋을지도 한 달 간 숙의 기간 중 논의했다. 시민대표단은 1안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급여 수준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에 52.3%가 찬성했고, 2안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차등 급여로 하위 소득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에 45.7%가 찬성했다. 1안과 2안 찬성률 격차는 6.6%포인트로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이내다. 어느 한 쪽에 기울었다고 보기 어렵다.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에서 김수완 강남대 교수는 “(65세가 돼 새롭게 노인이 되는 세대의) 학력·소득·자산 수준이 높아지면서 노인 70% 선정 기준이 15년 전 68만원에서 지금은 그 3배인 213만원이 됐다”며 “빈곤한 분들에게 조금 더 많이 드릴 수 있는 기초연금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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