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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라인' 강탈하는 일본, 아시아 플랫폼 패권 노리나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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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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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에 대한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무척 전격적이었다. 취재를 해 보니 네이버 역시 일본 정부가 이렇게까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무척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다 보니 며칠째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라며 향후 대책에 대해 말을 아끼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라인을 기획하고 총괄한, 라인야후 7인의 이사회 멤버 중 유일한 한국인인 신중호 대표까지 신속하게 축출해 낸 일본은 이제 지분을 몇 퍼센트나 팔 것이냐는 네이버의 고민마저도 덜어주려는 듯하다. 51:49냐, 60:40이냐 등등 주변의 예측을 일축하듯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는 기자회견에서 "지분 100%를 다 가지고 올 수도 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일본 정부의 라인 매각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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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빌미로 경영권 요구하는 최초의 사례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고객정보 유출'이다. 지난해 11월 라인 사용자의 개인정보 51만 건이 유출된 보안 사고를 문제삼아 인프라 제공자인 네이버로부터 시스템 분리를 시키겠다는 것이다.

보안 사고를 일으킨 기업이 제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 방법이 과징금이 될 수도 있고, 과징금을 낼 돈이 없다면 주식을 처분해서 현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정부에 현금 대신 주식으로 과징금을 납부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어떤 방식이 됐든 이는 전적으로 기업이 자체적으로 선택할 문제이다. 보안 사고를 빌미로 국가가 직접 나서 기업에 지분을 매각해라 말아라 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본 적이 없는, 유례없는 일이다. 사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 네이버는 물론 우리 정부도 무척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다.

1억 명 유출 소니 vs 51만 명 유출 네이버



사실 세계 최악의 해킹 사건 기록은 일본의 국민기업 소니가 가지고 있다. 소니의 주력 사업은 게임 사업인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소니 계정(PSN 서비스)에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그런데 2011년 4월 전 세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네트워크가 다운되는 일이 벌어졌다. 플레이스테이션 소비자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소니 측에 문의했지만, 소니는 '기술적 문제'라고만 둘러댈 뿐 정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주일이 흐르고, 소니는 뒤늦게 '사실은 서버가 해킹을 당했고,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이실직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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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출된 개인정보는 전 세계 50여 개국 7천700만 건. 충격적인 규모에 놀랄 틈도 없이 잇따라 2천만 명 넘는 개인정보가 추가로 유출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소니는 두 차례에 걸쳐 전 세계 1억 명의 고객정보를 유출시키게 된다. 유출된 고객정보에는 이름, 나이, 성별, 연락처, 주소 같은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카드번호, 계좌 내역 같은 매우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신용카드를 도용당했단 신고가 줄을 잇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과 유럽 등은 소니를 질타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소니가 고의로 해킹 사건을 은폐해 수많은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며 일본에 있는 소니 회장을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부르겠단 얘기까지 나왔고, 로펌들은 소비자들을 모아 소니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소니는 결국 미국에서는 1천500만 달러, 당시 환율로 150억 원의 배상금을 내고 합의를 했고, 영국에서는 25만 파운드, 우리 돈 4억 5천만 원의 과징금을 내야 했다.

당시 우리나라 소비자 역시 피해를 입었는데,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에 회원 가입이 돼 있던 약 24만 명 전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우리 소비자들은 이 일로 발을 동동 굴렀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놀라울 정도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넘어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소니 측에 사건 경위에 대해 물어볼 예정이라는 기사만 나와 있을 뿐, 이후 소니 측에 어떠한 조치를 취한 것은 전혀 없다. 이쯤 되면 자국 소비자 보호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허술하게 넘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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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이번 네이버가 유출한 라인 이용자의 개인정보에는 민감한 결제 정보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1년 소니의 해킹 사태 때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작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이지만 일본 정부는 아예 기업 경영권을 넘기라고 압박하고 나서고 있다. 앞서 소니 해킹 사태 때 우리 정부의 대응과 비교해 보면 더더욱 얼마나 이번 조치가 선을 넘는 조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닛산 전 회장 카를로스 곤 사태가 소환되는 이유



이번 네이버 사태를 보며 2018년 있었던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 구속 사건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자 일본의 국민기업인 닛산은 1999년 버블경제가 꺼지며 부도 위기에 처한다. 이때 닛산은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에 SOS를 치게 되는데 자사 지분 37%를 넘기면서 인적, 물적 지원을 받게 된다. 합병은 아니었지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탄생하게 되고 르노 측은 프랑스와 브라질, 레바논 3중 국적을 가진 카를로스 곤을 닛산의 회장으로 선출해 보낸다.

곤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닛산 구조조정에 착수해 2만 명을 정리해고했는데, 당시만 해도 '평생직장' 개념이던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후 제품 라인업도 재정비하면서 결국 닛산은 부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닛산이 살아나면서 르노의 매출을 뛰어넘기 시작했고, 이렇게 되자 닛산 내부에서도, 일본 사회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르노보다 차를 더 잘 팔고 있는데 르노가 사사건건 경영에 간섭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프랑스 정부가 르노의 지분 15%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프랑스가 일본의 기업 경영에 개입을 하는 모양새로 비치기까지 했다. 결정적으로 프랑스 정부가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이런 정서에 기름을 끼얹은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르노의 지분 15%를 가지고 있던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닛산 합병을 추진했는데, 일본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처음에는 합병에 반대하던 곤 회장은 이후 자신의 연임을 조건으로 합병에 찬성하게 된다. 그러다 2018년 마크롱 대통령을 만난 곤 회장은 닛산의 밴을 프랑스에서 생산하겠다는 발언을 하는데, 이 말을 하고 보름도 되지 않아 곤은 일본 수사당국에 체포가 된다. 혐의는 세금 탈루 등 개인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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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입국한 곤 회장을 하네다공항에서 곧바로 체포하는데, 체포 작전이 극비리에 진행되다 보니 프랑스 정보당국마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일본 수사당국은 곤 회장의 체포와 구속 기간을 계속 연장하며 수사를 이어갔고, 끝내 보석으로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가 된 곤은 악기 상자에 숨어 일본을 빠져나오는 희대의 탈출국을 벌인 끝에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만다.

"외국인들은 당장 일본을 떠나세요"



이후 곤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이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었다고 밝힌다. 일본 사법제도 특징상 수사 과정에 변호사가 함께 들어갈 수 없고, 부인을 만나는 것도 금지시켰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검찰의 유죄 확률은 99.4%에 달하는데 외국인의 경우는 이 수치가 더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일이 르노와 닛산의 합병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을 했는데, 결과론적으로 르노와 닛산의 합병은 결국 무산됐고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또한 최근 사실상 막을 내렸다.

곤 회장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충고한다. 당장 일본을 떠나라. 목숨이 걸린 문제이다. 나한테 벌어진 일은 당신들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라인 사태를 바라보는 많은 국민들은 당시 곤의 이 말이 크게 와닿는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엄밀히 따져 보면 곤 회장 사건과 네이버 라인 사태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지점도 있다. 왜냐하면 곤 회장의 경우는 개인 비리 혐의가 확실했기 때문에 수사 그 자체가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 사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 라인의 아버지 신중호 대표 축출

지난해 10월 출범한 라인야후의 이사회는 총 7명. 단 한 명만 한국인인데, 바로 라인을 기획하고 개발해 '라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네이버 출신의 신중호 대표이다. 신 대표를 제외하고는 6명의 이사 모두가 일본인이다. 일본 정부에게는 유일한 한국인인 신중호 대표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올 3월 신 대표는 갑자기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라인야후 스톡옵션 37.4%의 행사기간이 많이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량 포기했다. 이를 굉장히 이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기업의 대표가 이렇게 대량으로 스톡옵션을 내놓게 되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행사 기간이 남은 스톡옵션을 포기하는 일은 금기시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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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 째는 기업이 곧 문을 닫을 것 같을 때이고 두 번째는 외부의 요인이 작용했을 때이다. 신중호 대표의 경우는 후자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고, 그 외부의 요인이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압력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결국 카를로스 곤과 같이 사법적인 압박을 받는 일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라인야후는 끝내 스톡옵션까지 포기한 신중호 대표를 경질했다. 이사회를 6명으로 축소하고 전원 일본인으로만 꾸린 것이다. 닛산 사태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가 기업 문제에 개입을 하며 외국인 임원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사례가 이번에도 벌어진 것이다.

2. 어떤 나라가 우방국을 이렇게 대하나?

카를로스 곤 회장을 구속시킬 때, 일본은 오랜 기간 비밀리에 곤 회장의 비리 혐의에 대한 내사부터 시작했다. 체포와 구속 과정, 그리고 조사 과정에 곤 회장이 지속적으로 '불공정'과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어쨌든 일본은 자국 내 사법 시스템 안에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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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라인 사태를 보며 많이 비교가 되는 미국의 틱톡 퇴출만 보더라도 미국은 자국 내 절차를 철저히 따랐다. 미국은 틱톡 퇴출을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상원과 하원에서 표결을 하는 절차를 거쳤고, 여기서 통과된 법안에 바이든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서명을 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사실상 적대국 대하듯 하고 있지만, 어쨌든 미국이 자국 내 국회법 등 모든 절차를 지킨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우방국이다. 최근에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한다며 한·일 사이 훈풍이 부는 분위기도 연출이 되고 있던 상황이다. 하지만 라인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방식은 그 어떤 법 절차도 통하지 않았다. 법적 강제력은 없다는 총무성의 행정지도 형태로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는데,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부분이 더 애매하고 문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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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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