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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라인 사태' 참전한 韓 정부, 한일 IT 외교전 점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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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분 매각 포함 협상 중"

정부 "지분 매각 압박 인식 유감"

LY·소뱅 '탈 네이버' 선언하자 공식 입장 표명

전문가들 "유럽처럼 권역 데이터 협정 필요"

노컷뉴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메신저앱 '라인' 운영사 라인야후를 놓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 협상 및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와 관련한 현안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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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행정지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우리 기업에게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중략)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과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일 경우 적절한 정보보안 강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 정부는 네이버를 포함한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 해외 투자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도, 불이익 처분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이른바 '라인 사태'로 국내 반일(反日) 감정이 들끓자, 정부가 처음으로 일본 정부에 유감 입장을 내놨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 이어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가 차례대로 네이버와의 지분 협상을 실시간 중계하자, 그간 침묵을 지켜오던 네이버와 정부도 입을 연 것이다. 지금까지 라인 사태가 기업 간의 경영 전략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한일 양국의 IT 외교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네이버와 정부는 차례대로 라인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의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한 판단을 하겠다는 기조 이외 처음으로 라인야후의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하고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라인야후는 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반반씩 갖고 있는 A홀딩스의 완전 자회사다.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실질적 모회사로, 미중 기업이 양분한 테크 업계에서 '제3의 주자'를 꿈꾸며 2021년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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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입장을 내놓은 지 얼마되지 않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일본 정부에 유감을 나타냈다. 행정지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명시적 표현은 없었지만, 우리 기업이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이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우려가 되는 부분은 일본 정부에 확인된 입장과 조금 다르게 일본 현지에서 해당 기업 2군데로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라고 유감 입장 표명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그간 라인 사태와 관련 "네이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든 지원하겠다"는 수위 정도로만 언급을 했다. 라인을 운영하고 있는 라인야후의 모회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라는 기업 간의 협상이라고 봐서다. 외교전으로 비화했을 때 부작용을 고려한 굉장히 신중한 입장이었다. 네이버도 사업적 전략상 협상인 관계로 정부가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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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가 8일과 9일 IR 과정에서 '탈 네이버'를 선언하고, 네이버와의 지분 협상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되면서 국내 반일 여론이 들끓었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가 키운 라인을 강탈하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뒷짐만 지는게 아니냐"는 지적부터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핑계 삼아 플랫폼 주권을 실현하려는 데 정부가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지적도 잇따랐다.

일본 정부 역시 외교 문제를 감안, 지분 매각을 압박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일본 기업들이 계속해서 네이버를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일본 정부는 이날도 경영적 관점에서 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행정지도는 모회사 등을 포함한 그룹 전체의 보안 거버넌스의 본질적인 재검토를 요구한 것"이라며 직접 압박은 아니라는 우회적 해명을 내놨다. 이에 정부도 '압박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에 한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까지 라인 사태가 커진 이상 네이버 한 기업이 혼자 대응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라인 사태는 자국 개인정보를 타국이 다루는 게 싫다는 수준으로, 디지털에 이념이 들어온 건이라서 네이버가 기술이나 자본 분리 노력으로 풀릴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한일 군사협정처럼 데이터에 대한 협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신 교수는 "일본 정부가 행정지도를 하는 게 옳은지는 국제 사법적으로도 맞는지 강력하게 따져볼 문제로, 우리 정부도 정책적으로 해결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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