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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가난행’ 고속열차 탄 당신, 이대로 가시겠습니까?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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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한민국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 ‘자살하는 대한민국’을 쓴 김현성 작가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단계별 전략을 세워 대비를 해야만 모두가 가난으로 고통 속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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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는 대한민국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사회경제학
김현성 지음 l 사이드웨이 l 1만9000원



한겨레

2023년 국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또 한번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자살하는 대한민국’을 쓴 김현성 작가는 빠른 속도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공동체 자체가 붕괴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모두가 “가난으로 가는 고속열차”에 올라탄 것과 같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이 소멸하고 있다는 말은 진부하게 느껴지지만, 미래에 맞이할 재앙을 ‘가난’이라고 규정해주니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김 작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각종 데이터를 토대로 사회 현안에 대한 글을 써온 젊은 논객이다. 1988년생인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대기업 금융 계열사에서 6년 동안 펀드매니저를 하다 현재는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정책 담당자나 연구자가 아닌데도 그는 각종 통계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해 폭넓고 깊게 다루면서 공동체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나름대로 제시한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은 돈이 없다”고 진단하고 ‘돈이 없음’을 모든 문제의 씨앗으로 보는 관점이 눈에 띈다. 흔히 한국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황금 만능주의나 각자도생 문화, 이기주의 등을 꼽거나 특정 정치 세력의 잘못된 정책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품성론’이나 정치 세력 탓보다 ‘돈’의 관점에서 현실을 파악해보자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버는 돈은 적은데 생활하는 데 비용은 너무 많이 들고, 이로 인해 공동체 유지를 위해 돈을 지출하는 것에 모두가 인색하고, 결과적으로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



사과 한 알에 5천원인 사회, 살인적인 물가가 얼마 전 있었던 총선에서도 주요 의제였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식료품 물가가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는 좁은 농경지, 낮은 농업생산성, 한국 농업 특유의 영세함에 기인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초중고 사교육비가 가구 소득의 20~40%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사람과 돈, 각종 사회적 인프라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집값과 생활비 등이 더 올라가는 경제구조다.



이처럼 일상생활을 하는 데 돈이 많이 드는데 소득은 낮아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한국의 고용구조가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서비스’에 매기는 시장가치가 너무 낮다. 결국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자신을 갈아 넣는 방식으로 일하고, 장시간·저임금 노동자가 된다. 이외에도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과 같은 노후 대비가 부족한 노인들 역시 쓸 돈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노인들은 돈이 없으니 더 일하려고 하고 수도권 주택도 팔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수도권 쏠림과 높은 물가를 더 부추기고 청년 문제로 이어져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빈약한 사회경제적 토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뒤 저자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정부 재정 확대를 주장한다. 일단 정부 재정을 풀어 개인이 일상에서 지는 부담을 줄여주면, 이후 증세 및 서비스업 인건비 상승 논의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재정건전성 운운하며 재정 확대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며 그렇게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가만히 있다가 모두가 가난해지고 다들 고통 속에 몸부림칠지 아니면 단계별 전략을 잘 세워 미래에 다가올 충격을 완화할지 결국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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