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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살인 의대생'으로 주목받는 의사 되기 조건... 복역 5년 후면 시험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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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소속 대학 측 징계절차 착수
유기징역은 시험 응시 불가능 안 해
면허 재취득도 형량 낮으면 길 있어
한국일보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의대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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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범인이 의대생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만에 하나 그가 사회에 나온 뒤 의사로 일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일단 소속 대학이 징계절차에 착수하고, 고의적 살인이라는 점에서 중형이 예상되는 만큼 의료인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그러나 의사는 살인을 해도 형량이 낮으면 법적으로 면허 취득을 시도하는 데 큰 제약이 없다. 의사국가시험(국시) 및 면허취득 조건을 따져봤다.

'범죄자'에 관대한 의사 결격 사유


9일 교육계에 따르면, 피의자 A(25)씨가 다니는 의대 측은 그의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당사자가 없어도 진행에 문제가 없고, 사건 파장이 커 절차를 미룰 수 없다는 게 학교 측 입장이다. 징계 수위는 근신, 유기정학, 무기정학, 제적 등이다. 이 중 유력한 제적을 당하면 '의대를 졸업해야 한다'는 국시 응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의사가 되는 길이 막힌다. 재입학도 불가능하다.

물론 중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의사가 될 방법은 있다. 의료법 8, 10조에 근거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결격사유 및 응시자격 제한' 조건을 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난 후 5년이 지나면 국시에 도전할 수 있다. 의대 졸업 요건 역시 입시를 다시 봐 다른 의대에 합격하면 해결된다.

실제 성(性)범죄 등에 연루된 의대생이 의사 국시를 준비한 사례가 있다. 2011년 서울 명문대 의대에 다니던 본과 4학년 학생이 다른 남학생 2명과 함께 술에 취해 잠든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하고 카메라로 찍었다가 징역 2년 6개월을 복역했다. 그가 형기를 마친 뒤 다른 의대에 입학해 국시를 준비하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사시험 제도에 질타가 쏟아졌다. 연인을 성폭행하고 음주운전까지 해 징역 2년을 확정받은 의대생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미 의료인 자격을 갖춘 범죄자들도 면허 재취득 조건은 같다. 국시 응시 조건이 의료법 내 '의료인 결격사유'에 근거하고 있는 탓이다. 의료계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자 지난해 11월 의료법이 개정돼 결격사유와 함께 면허취소 범위도 넓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면허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한 40시간 이상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 면허 재교부가 가능하다. 의료법은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취득했을 때에만 재교부를 불허한다. 이론적으로 중범죄 당사자도 나중에 진료활동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의사 되기 막는 방법은 중형 선고뿐


상대적으로 관대한 의사면허 재교부 요건은 다른 전문직종과 비교해 보면 더욱 도드라진다. 변호사법 90, 91조에서는 징계 종류를 영구제명, 제명, 정직, 과태료, 견책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특히 변호사법은 영구제명을 '변호사가 2회 이상 정직 이상의 징계 처분을 받은 뒤 또 다른 징계사유가 발생되는 경우'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매번 징계를 받아도 면허 재취득 길이 살아 있는 의사와 달리 아예 통로를 막아버린 것이다.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의 박호균 대표변호사는 "의사면허는 변호사와 달리 입시비리 외 영구제명 제도가 없어서 원칙적으로 살인죄라도 재교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건 형량이다. 무기징역 같은 중형을 선고받아야 국시 응시나 면허 재취득을 시도할 가능성 자체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탓이다. 법조 전문가들은 A씨의 형량을 최소 15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으로 예상한다. 법무법인 충정의 정준영 변호사는 "스토킹 혐의 등이 추가로 입증되지 않으면 20년 안쪽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법무법인 호암의 신민영 변호사는 "계획적이었고 교제폭력 성격이 있어 무기징역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전유진 기자 xxjinq@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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